[뉴스토마토 최우리기자] 지난 6일 밤 제주에 내린 비에서 요오드와 세슘이 검출되면서 7일 수도권에 내리는 비에 방사능 물질이 섞여 있을 것으로 우려되면서 국민들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방사능비의 유해성이 얼마나될지 온 국민이 염려하고 있지만 기상청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미량이기 때문에 유해성이 적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상공에 방사성 물질이 대기중에 떠 있다면 내리는 빗방울에 흡착돼 떨어져 하천과 토양, 지하수 등으로 흡수돼 도시와 농촌이 모두 방사능 오염물질의 영향권에 들어간다고 우려하고 있다.
장기간 노출될 경우에는 인체유해성과 생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사태는 더욱 심각하다.
◇ 기상청과 원자력안전기술원 "미량..인체유해성 적을 것" 앵무새
7일 오후 2시 현재 서울 2.5mm, 수원 12.0mm, 창원 31.0mm, 여수 14.5mm의 비가 내린 가운데 기상청은 "현재 검출되는 방사성 물질은 후쿠시마 원전에서 직접 날아오는 게 아니라 편서풍을 타고 지구 한바퀴를 돌아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또 "일본 지진 발생 이후 북반구 전구역에서 방사능이 검출됐다" 며 "지상 1km이상 기후는 동서남북으로 바람이 제각각 불 수 있지만 산과 건물 등 지형적인 이유를 고려해볼 때 1000km이상 떨어진 한국까지 같은 바람이 불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김회철 기상청 통보관은 MBC라디오 손석희 시선집중에서 보도한 독일기상청 예보관의 말을 빌어 "원전에서 발생한 방사성 물질이 바람 전환으로 한국에 유입될 가능성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나 실제로는 어려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도 "미량이기 때문에 유해성이 적다"고 반복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국내 71곳에서 방사선량을 측정하고 이 중 12곳에서 자료를 심층 분석중이다.
기술원은 "자연상태에서 방사성 농도 2.4밀리시버트(mSv)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 권고치를 따라 인공방사능한도를 1밀리시버트(mSv)라고 볼 때 4월 3-4일 측정한 서울 공기분진이 0.0000480밀리시버트(mSv)로 극미량이었다"고 분석했다.
또 "방사선방호학회가 조사한 결과 연간 100밀리시버트(mSv) 받았을때 장기적으로 1%정도 확률로 암에 걸릴 수 있다. 현재까지 조사된 양은 극히 미량이기 때문에 인체 유해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밀리시버트(mSv)' 단위는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낼 때 사용한다. 흉부 엑스레이 1회 촬영은 0.1~0.3밀리시버트(mSv)다.
지난 6일 밤 10시부터 7일 새벽 아침 9시까지 제주에 내린 비에서 검출된 방사능물질의 양은 요오드131이 0.385~2.77밀리베크럴(mBq/㎥), 세슘137 0.538~0.988밀리베크럴(mBq/㎥), 세슘134 0.333~1.01밀리베크럴(mBq/㎥)이었다.
밀리베크럴은 방사선량 검출 단위. 이것을 인체에 미치는 선량인 밀리시버트로 환산할 경우 수치가 더 줄어든다는 것.
◇ 환경단체 "안심할 수 없어..지속적 모니터링과 대응지침 마련해야"
문제는 국민들이 정부 기관의 발표를 신뢰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그동안의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이 쌓여온 결과다.
이에 덧붙여 환경단체와 일부 전문가들도 우려를 표시하면서 국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민 김정수씨(44. 남. 서울 용산구)는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방사능비가 내리는 것은 사실 아니냐"면서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공무원들이 방사능비를 맞게 하는 것이 정신을 차리게 하는 방법"이라고 성토했다.
환경단체도 방사능비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최예용 환경보건센터 소장은 "미량이어도 안심할 수 없다"며 "정부가 현 오염상태를 인정하지 않고 국민에게 방사능 대응지침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아 더 혼란스러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사성 물질인 요오드는 갑상선에 흡착해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
이를 막기 위해 요오드성분이 든 음식을 섭취한다고해도 문제는 일반 요오드가 다시 빠져나갈 수 있고, 암 발생률이 낮다고해서 모두 안전한 것은 아닌데 이를 정부가 숨기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주장이다.
하미나 단국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많이 노출되면 암발생 위험은 그만큼 높아지고, 조금 노출되면 위험은 낮아진다는 것이지 완전히 암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가 방사성 물질에 노출될 수 있는 토양, 하천 등 모든 경로에 대해 정확하게 모니터링을 하는 것이 오히려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방사능비에 대한 국민행동지침을 알리지 않는 이유에 대한 정부측의 설명도 한심하다 못해 안타까울 지경이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관계자는 정부에서 방사능비에 대한 행동지침을 알리지 않은 이유를 묻자 "황사가 올 때는 외출을 삼가고, 비를 맞으면 세탁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현재로서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가 아니기 때문에 알리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 관계자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방사능비가 내리면 이미 늦다. 정부가 `유비무환`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 수준"이라며 "국민이 믿지 않는다고 탓하기 전에 믿을 수 있도록 행동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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