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권리찾기)⑥'자필서명' 안했다고 보험금 안줘?
2011-09-09 00:00:00 2011-09-09 13:49:48
[뉴스토마토 박미정기자] 금융은 필요할 때 자금을 융통해 경제주체들이 원활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금융제도나 정책적 오류·부실, 금융회사의 횡포, 고객의 무지와 실수 등으로 금융소비자들이 금전적·정신적 피해와 손실, 부당한 대우를 당할 때가 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금융소비자들이 이런 손실과 피해를 입지 않고 소비자로서 정당한 자기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사례를 통해 보는 '금융소비자권리찾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보험계약을 할 때 보험의 대상이 되는 피보험자가 반드시 자필 서명을 해야하지만 사정에 따라 서명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피보험자가 자필서명을 하지 않은 경우, 보험 계약 자체가 무효가 돼 보험금을 날릴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상법제731조(타인의 생명의 보험) ①항을 보더라도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는 보험계약 체결시에 그 타인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문제는 보험 계약의 서명문제가 발생할 경우, 보험사가 이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고 있어 피해자의 울분을 사고 있다는 점이다.
 
보험사는 자필 미서명 계약임을 알고 계약을 받고는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계약이 무효라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소비자가 미서명 계약이 무효이기 때문에 보험료를 돌려 달라고 하면 납입된 보험료 반환을 거부한다.
 
지난 2003년 보험계약자 전모씨는 D생명 보험에 남편을 피보험자로 가입했다.
 
가입당시 보험설계사는 계약 마감 시상 품목인 금반지가 걸려있다며 전씨에게 당일 가입을 촉구했다.
 
계약자 전씨는 피보험자인 남편이 타지역에 있어 당장 만나기 어렵다고 사정을 설명했다. 이에 보험 설계사는 전씨 남편과 전화 통화를 한 뒤, 보험 설계사 자신이 전씨 남편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이후 전씨 남편이 2008년 9월 심장마비로 사망해 전씨는 보험사에 보험금 5억4000만원을 청구했으나, D생명은 "피보험자가 자필서명을 하지 않았으므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못하겠다"고 통보했다.
 
억울함을 느낀 피해자 전씨는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자 보험사는 바로 법원에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결과 1심에서 50%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으나 보험사는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했다.
 
또 다른 사례로, 보험계약자 홍모씨는 지난 2007년 11월 H화재에 어머니를 피보험자로 한 건강보험에 가입했다.
 
2008년까지만 해도 보험사에서는 아무 문제 없이 어머니 입원비를 지급했다. 그러나 2009년 어머니가 사망하자 보험사에서는 "어머니가 자필서명을 하지 않았다"며 사망보험금 4000만원 지급을 거절했다.
 
보험계약자 홍씨가 이의를 제기하자 H화재는 보험금의 85%만 지급하겠다며 합의를 종용했다.
 
이 같은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계약자가 아닌 피보험자가 반드시 자필서명을 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보험설계사가 아무 문제 없다고 하며 대필하거나 피보험자 가족이 대신 서명을 하는 경우가 있다.
 
더불어 보험설계사가 실적 마감에 임박해 급하게 계약을 체결하느라 자필 서명을 받지 않았는데도 소비자의 잘못으로 인정돼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할 수 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다를 경우 반드시 피보험자 자필로 서명을 해야 한다"며 "만약 현재 자필서명이 돼 있지 않다면 보험사에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보험금 지급보장 확인서’를 반드시 받아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피보험자가 자필서명을 하지 않아 보험사에 무효 주장하는 경우 보험사는 납입보험료 전액을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도움말 주신분=금융소비자연맹   
 
뉴스토마토 박미정 기자 colet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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