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환율 급변에 '초비상'.."단기적으론 문제 없어"
2011-09-23 17:11:46 2011-09-23 19:13:54
[뉴스토마토 강진규기자] 외환시장이 급변하고 있어 대기업들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이 수출위주 대기업에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지만 세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이 자동차산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
 
자동차는 고용불안이 확대되고 소득이 감소하면 수요가 크게 감소하는 고가의 내구재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시장상황 변동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급격한 위기 발생보다는 전반적으로 경기부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정유업계도 환율 상승으로 원유 수입가격이 오르게 돼 경영 부담이 커진다. 다만 수출비중이 60%를 차지해 석유제품 단가가 함께 올라간다는 점에서 손실을 어느 정도 상쇄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에너지는 사내에 환관리위원회를 두고 VaR(Value at Risk) 기법을 도입해 환헤지에 들어갔다. GS칼텍스, 에쓰오일 등도 외환담당팀을 두고 환율변동에 대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경기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최근 환율 급등으로 국내 휘발유 값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원유와 국제 석유 제품 가격 모두 달러화가 기준이 되기 때문에 환율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국제 휘발유 가격이 안정되더라도 환율이 급등할 경우 국내 휘발유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철강·조선·전자업계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느긋하다.
 
포스코는 "환율이 오르면 철광석 수입 부담이 크고, 수출할 때 영향도 있겠지만 내수가 70%고 수출이 30%라서 최근 환율 급변 영향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일단 지켜본다는 방침이다.
 
현대중공업도 "환 위험에 노출된 부분을 70% 헤지하고 있어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서도 "늘 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우려가 없는 건 아니다.
 
조선협회 관계자는 "원화가 절하(환율 상승)되면 경쟁력이 커져 나쁠게 없다"면서도 "세계 경기가 불황이면 자연스레 선박 발주가 적어지기 때문에 단기적인 환율 급등이 조선업계에 나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문제점도 있다"고 말했다.
 
전기전자업계는 포트폴리오가 다양해 큰 무리는 없지만 상황이 워낙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어 각 사별로 모니터링하며 대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환율이 오르면 수출 경쟁력이 올라가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면서도 "달러대비 유로화 가치가 떨어지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달러·유로 환율은 1.35달러로 변동이 없었지만 지난 7월 1.45달러에서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삼성그룹 전체로는 환율 급등으로 수출 경쟁력이 커져 매출 증대 효과가 있겠지만 원자재 구매 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현 상황을 보고 대응하자는 분위기다. 각 사별로 사전에 준비된 시나리오에 따라 경영할 방침이다.
 
LG전자는 일단 단기적인 환율 급변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사업이 37개국 통화로 이뤄지고, 해외생산이 절반 가량을 차지하기 때문에 헤지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휴대폰이나 TV는 해외 생산비중이 각각 60%, 80%가 넘고 달러 비용이 많기 때문에 환율 하락이 긍정적이지만, 세탁기와 냉장고 에어컨 등 국내 생산이 많고 원자재 구입에 원화를 많이 사용하는 사업부문은 환율 상승이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국내 대기업들은 최근 환율의 급등이 단기적으로 수출에 긍정적일 것으로 보면서도 세계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로 인해 외환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진규 온라인뉴스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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