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R&D 연구자들이 떠난다"..신약개발 '비상'
매출 하락에 연구비 감축…"신약개발 위축 우려"
2011-10-05 11:02:18 2011-10-06 18:07:17
[뉴스토마토 조필현기자] "투자여력이 있어야 개발도 할 수 있는데, 정부 정책으로 매출이 감소하면서 제약업계가 개발에 손을 놓고 있습니다. 제약 R&D 연구자들이 업계를 떠나고 있어요. 악순환의 연속입니다"
 
최근 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1바이오코리아에 참석한 한 제약업계 R&D(연구개발) 간부의 하소연이다.
 
국내 제약업계는 정부의 일방적인 추가 약가인하로 20% 이상 매출 감소가 예상됨에 따라 연구비용이 많이 드는 신약개발을 포기하다시피하고 있다.
 
이는 신약 개발이 주 업무인 연구원들의 설자리가 사라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원 이탈은 국내 제약업계 발전 저해는 물론 다국적제약사와의 경쟁도 어렵게 만든다.
 
실제 현장에서는 이 같은 일이 비일비재하게 목격되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매년 신약개발을 위해 대규모 R&D연구비를 쏟아 붙고 있는 A사의 경우 최근 연구 인력이 대거 빠져나갔다.
 
A사 연구소에는 신약개발에 투입된 100여명 중 최근 10여명의 연구 개발자들이 다른 분야 연구소로 자리를 옮겼다.
 
심각한 문제는 이 처럼 연구 인력이 빠져 나가도 R&D 예산 삭감으로 대체 연구 인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
 
제약업계 관계자는 "매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신약개발 연구를 하고 있지만 이대로라면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신약 임상 관련)를 중단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B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매출 대비 10%를 연구개발비에 투자하고 있는 J사는 올해 매출이 감소할 경우 R&D 인력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B사는 내년 쯤 항암제와 당뇨병치료제 신약개발 출시 계획으로 3상 임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힘들어 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투자가 있어야 개발도 있는데, 제약업계에서는 투자(신약개발)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면서 "연구개발자들에 대한 연구 성과금도 제대로 안 나와 이직을 생각하고 있는 연구자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독감백신 국내허가를 받고, WHO(세계보건기구)에 수출을 추진 중인 C사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독감백신을 WHO에 수출하는 것은 세계 4번째로, 국내 백신기술의 우수성을 전 세계가 인정할 사례로 볼 수 있지만, 향후 연구개발비 감축으로 충분한 임상실험이 진행되지 못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백신 뿐 아니라 혈우병제제도 현재 FDA에 3상 임상을 신청해 놓고 있다"면서 "연구개발비 감축은 신약개발 연구에 큰 타격이다. 정부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투자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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