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미디어렙법 입법 미비를 틈타 직접 광고영업에 나설 움직임을 보였던 지상파 방송사 행보에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
SBS미디어홀딩스는 지난 14일 언론노조 조합원 수십 명과 경찰이 충돌하는 파행을 뚫고 자사 미디어렙 ‘미디어크리에이트’ 출범식을 통해 2012년 1월1일부터 광고판매를 시작하겠다고 밝혔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우선 한국방송광고공사(이하 코바코)가 광고 판매 대행 권한을 넘길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코바코 관계자는 “법에 의하지 않은 무허가 미디어렙의 광고영업 행위를 결코 인정할 수 없고 영업시스템과 인력자원 등 어떠한 협조도 하지 않는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지역민영방송 사장단도 오는 24일과 25일 이틀 동안 회의를 열고 SBS미디어홀딩스의 자사 렙 설립과 관련한 입장을 공유할 예정이어서 이번 사안과 관련해 묵인할 수만은 없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SBS 시청 거부, 재허가 반대는 물론 SBS미디어홀딩스를 대상으로 한 세무조사를 촉구하는 등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는 지난 10일 토론회에서 SBS와 SBS미디어홀딩스, 태영으로 이어지는 수직구조를 문제 삼으며 지주회사를 통한 지상파방송사 지배를 금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무엇보다 국회가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를 넘어 여야 차원에서 미디어렙법 입법을 논의하기 위한 ‘6인 소위원회’를 구성해 결과가 주목된다.
현재로선 한미FTA 이슈가 워낙 강해 연내 입법을 낙관하기 이르지만 민주당 등 야권은 ‘1공영 1민영 종편은 렙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의견을 조율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사렙 설립을 추진하던 MBC 역시 ‘표면상’ 렙 설립을 보류하고 숨 고르기에 들어가는 양상이다.
MBC는 국회의 입법 여부를 지켜본 뒤 그에 맞는 행보를 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자사렙 설립 움직임과 관련해 공영방송 지위를 내놓으라는 외부 비판에 부닥친 상황이어서 '대놓고' 렙 설립을 추진하는 게 부담스런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쪽 움직임도 변화가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미디어렙 입법은 국회 소관’이라고 선을 긋던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4일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본부장급 인사를 만나 2년 동안 광고 직거래를 허용하되 3년 뒤 종편 아래 렙을 만들어 영업을 대행토록 하고 렙 지분은 40% 이하로 하자는 의견을 제안했다는 전언이다.
이에 대해 종편 관계자는 “확인할 수 없는 내용”이라며 “지금 채널 문제가 해결 안 된 상황에서 광고영업 문제를 최우선 순위에 둘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광고를 직접 영업한다는 기존 입장은 변화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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