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순욱기자] 20일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새진보통합연대의 진보통합정당 건설 기자회견문에는 복지정책을 바탕으로 하는 보다 강력한 진보주의 주창을 비롯해 몇 가지 의미있는 선언이 담겨있다.
기자회견문에는 각 세력 간에 큰 이견이 없는 부분도 있지만, 그동안 통합을 가로막았던 핵심 쟁점 몇 가지에 있어서 이견을 좁히고 합의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성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념의 경직성 벗어나 "집권세력 되겠다" 공개 천명
이날 공동기자회견문 서두는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새진보통합연대가 '집권세력'이 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으로 시작된다.
사실 한국 정치사에서 진보정당은 한번도 집권하지 못했다. 가장 의미있는 득표를 기록한 것은 1956년 5월 제3대 대통령 선거에서 진보당의 조봉암 후보가 유효득표수의 29%인 216여만표를 얻은 것이다.
그나마 이같은 득표율도 민주당의 신익희 후보가 광주로 유세를 하러 기차로 이동하던중 뇌일혈로 급서하면서 야권 통합후보로 얻는 득표였다.
이후 한국 정치는 수많은 정당의 난립하는 상황속에서도 사실상 양당체제로 선거가 치러졌고, 1987년 지역주의 정당이 등장한 이후로는 진보적 정당이 얻은 득표는 보잘 것 없는 수준이었다.
그나마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야3당의 탄핵역풍 덕분에 민주노동당이 10석을 얻은 것이 역대 최대치였다.
하지만 이번에 3개 세력이 진보통합정당을 건설하면서 향후 집권세력이 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이를 위해 이들은 "대한민국 정치를 근본적으로 혁신하고자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에 최종 합의했다"며 "힘을 하나로 모으지 못했던 과거를 극복하고 깊이 성찰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은, 수권능력을 갖추고 진보 집권시대를 열어나가겠다"고 밝혀 보수세력에 맞서는 강력한 진보세력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선언했다.
이들은 집권세력이 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스스로의 성찰과 혁신을 내세운 것이다. 관념적인 이론을 내세운 이념의 경직성 때문에 국민들과 괴리된 진보세력이 아니라, 국민들 눈높이에 맞는 '대중적인 진보정당'을 건설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30년 이념논쟁, '종북주의' 논란 털어내
이날 기자회견문에는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실천하여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켜 나갈 것입니다. 남북이 화해하고 자유롭게 교류함으로써 우리 세대에 자주적 평화통일을 성취할 것입니다"라는 선언이 담겨있다.
이 부분은 지난 2008년 2월 조승수 당시 민노당 전 의원의 '종북주의' 발언으로 촉발된 분당사태를 원상회복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당시 종북주의 논란은 1980년대부터 지속된 '자주파(NL)'와 '평등파(PD)'의 해묵은 이념논쟁이 민주노동당 내부에서 터진 사건으로, 이번에 통합진보정당에 참여하는 노회찬, 심상정, 조승수 의원 등이 민주노동당을 탈당하면서 진보신당을 창당한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가 이뤄낸 성과인 6.15 공동선언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이룩한 10.4 공동선언을 공유함으로써 대북정책을 둘러싼 논쟁을 일단락지은 것이다.
◇진보주의 세력과 자유주의 세력의 만남
1년에 걸친 통합논의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유시민 대표가 이끄는 국민참여당의 포함 여부였다.
민주노동당 내부에서는 창당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권영길, 강기갑 의원이 '진보의 선명성'을 이유로 거부의사를 끝까지 밝혔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역시 참여당이 통합에 참여할 경우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식으로 통합을 반대했다.
진보신당에서 탈당한 노회찬, 심상정 전의원과 조승수 의원은 가장 강력한 반대세력이었다.
이들 반대세력의 공통점은 '자유주의 세력'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기자회견문에서는 '진보주의'와 '자유주의'가 함께 손을 잡겠다는 의지를 명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들이 "역사발전의 주역인 민중과 깨어 있는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참여민주주의를 실현하며 한국 사회에 새로운 정치 문화를 꽃피울 것"이라고 선언한 대목이 바로 그것이다.
서로 이질적인 이념성향은 '정당민주주의'를 통해 해소할 것을 선언해놓고 있다.
향후 건설되는 통합진보정당은 "당원들이 당의 중요한 정책과 진로를 결정하는 당원민주주의를 올바로 구현하여 한국 정당정치를 개혁해나갈 것"이라고 밝혀놓았는데, 이념의 차이에서 오는 이질감과 정책의 차이는 정해진 절차에 의한 당내 경쟁을 통한 민주적 의사결정 방식으로 해소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정당민주주의'를 선언한 부분은 내부적인 의사결정 방식을 밝힌 것과 동시에 기존의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세력이 참여할지가 관건
이들은 기자회견문 말미에 "창당과정에서 통합진보정당 건설에 동의하는 모든 주체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문호를 활짝 열겠다"면서 "더욱 크고 넓게 하나가 되겠다"고 밝혀놓고 있다.
이는 향후 통합진보정당의 외연을 확대하기 위해 제 정파와 세력의 참여를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18일 자신의 트윗에 "조금 있으면 새로운 정당 당원가입 캠페인 할 겁니다. 그때... 아시죠? ^^"라는 글을 올려 통합진보정당 건설에 대한 각 정당과 세력의 최종 의결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원 배가 운동'에 나설 것을 시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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