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동반성장' 압박, 건설업계 스트레스 '잔뜩'
동반성장정책 강화..보여주기 위한 성과·일회성 구호 우려
2011-12-13 18:04:51 2011-12-13 18:06:30
[뉴스토마토 원나래기자] 지난해 정부를 비롯한 기업들의 화두로 떠오른 '동반성장' 정책이 추진된지 1년이 지났으나 동반성장이라는 화두가 자리를 잡기는 커녕 오히려 건설업계의 스트레스만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동반성장이 핵심 국정운영 방안으로 부상하면서 정부부처들과 기업들이 너도나도 상생방안을 쏟아냈으나 정작 업계에서는 실질적인 방안이기 보다는 '보여주기식' 성과 쏟아내기에 여념이 없을 뿐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대형건설사들을 중심으로 거래대금 현금결제제도시행, 협력사 교육지원 등 다양한 상생경영 방안들을 내놓고 있지만 해당 협력사들은 여전히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상당수 협력사는 불공정 하도급 관행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어 정부의 동반성장 정책 강화의 필요성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대한전문건설협회가 실시한 '10월 전문건설업 실태조사' 결과, 대부분의 업체들이 '대·중소기업 간 불법, 불공정 관행이 여전하다'고 답했으며, 현금결제 비중과 어음할인기간 단축이 지난해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전건협은 하도급업체의 34%가 장기어음을 공사대금으로 지급받고 있어 기업경영 애로가 가중되고 있으며, 원도급자로부터 하도급대금지급보증서를 교부받은 경우가 37%에 불과해 직불 확대 등 하도급대금 확보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서울지역 전문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건설업계의 불공정 관행을 뿌리 뽑겠다고 나섰지만 장밋빛 미래만 꿈꾸는 것이 아니었으면 한다"며 "업계와의 대화를 통해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아직 자리도 잡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실적위주로 압박하게 된다면 대형건설사는 물론 협력사에게 '동반성장'이라는 스트레스만 주는 셈"이라며 "동반성장을 유도할 제도개선과 정책수단이 동반돼야 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와 함께 가뜩이나 어려운 건설경기에 이 같은 정책 추진이 과연 적당한 시기인지에 대한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기업의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동반성장이 경영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는 정부의 의견에 동의하나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현 상황에서 정작 업계를 살릴 제도개선보다는 동반성장의 성과만을 보채는 정부에 서운할 따름"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또 "우선 건설경기부터 살려야 동반성장 정책도 지속될 것"이라며 "어려운 건설경기 속에서 동반성장이 일회성 구호로 그칠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불공정 행위 감시 기능을 강화함에 따라 실질적으로 하도급 불공정 관행 등이 조금씩 사라지는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정부가 제도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한편, 업계 또한 자구노력을 통해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동반성장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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