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금융당국과 카드사가 체크카드 활성화를 놓고 '동상이몽'을 하고 있다. 사회 초년생들을 중심으로 체크카드를 활성화시키자는 데는 양 측의 뜻이 같지만 목적은 서로 정반대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를 축소기키기 위해 신용카드 사용을 줄이고 체크카드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목적 반면, 체크카드 사용자는 결국 신용카드 사용자로 전환한다는 사실을 아는 카드사들은 체크카드 활성화를 통한 신용카드 사업 확장이 그 목적이다.
2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에는 최근 만 20세(2013년 7월부터는 만 19세)미만의 민법상 미성년에게는 신용카드 발급을 제한키로 했다.
만 18세 이상인 미성년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서와 소득증명서류를 제출하면 신용카드 발급이 가능한 현행 기준이 바뀌는 셈이다.
미성년자 등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체크카드를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26일 '신용카드시장 구조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금융위 관계자는 "사회초년생들이 직불형카드에 대한 편의성을 알게 되면 10년, 20년 후에는 자연스럽게 신용카드가 아닌 직불형카드를 많이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입김이 작용한 듯 최근 카드사들이 이벤트까지 마련하며 체크카드 발급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금융당국과 카드사가 체크카드 활성화를 위해 강력한 협력체계를 구축한 모양새다.
그러나 카드사들의 속내는 따로 있다.
카드사들은 사회초년생들의 체크카드 이용이 결국 신용카드로 이동할 것을 예상, 새로운 고객을 잡기위한 또 하나의 사업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얘기다.
신용카드 고객을 체크카드로 유인하겠다는 당국의 입장과 반대로 체크카드 고객을 추후 신용카드 고객으로 유도하겠다는 게 카드사의 속내다.
실제로 국내를 대표할 만한 한 카드사의 연령별 체크카드 이용액 비중을 보면 20대가 전체 이용액 가운데 무려 42.7%를 차지했다.
신용카드로 갈아 탈 잠재적 이용자가 40% 이상이라는 것으로, 카드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먹잇감'인 셈이다.
카드사들도 이런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체크카드로 시작한 사회초년생들이 같은 카드사의 신용카드로 옮겨가는 경우가 많다"며 "지금은 체크카드 고객이지만 추후 신용카드에서 더 나아가 프리미엄급 고객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체크카드 발급에 힘을 쏟고 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 역시 "체크카드는 신용카드와 달리 현금서비스 같은 금융서비스가 없기 때문에 수익이 되지 않는다"며 "그래도 이미 포화된 신용카드 시장에서 체크카드 고객은 새로운 고객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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