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용훈기자] 노블레스 오블리주. 사회 고위층 인사에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를 일컫는 말이다.
초기 로마 사회, 고위층의 공공봉사와 기부헌납 등의 전통이 강했고 이런 행위는 의무인 동시에 명예로 인식되면서 자발적이고 경쟁적으로 이뤄졌다.
특히 귀족 등 고위 층이 전쟁에 참여하는 전통은 갈수록 확고해졌다. 로마 건국 이후 500년 간 원로원에서 귀족이 차지하는 비중이 15분의1 수준까지 급감한 것은 이런 전통 탓으로 해석되고 있다.
21세기 한국사회에서 '귀족'은 어떤 이들일까. 견해야 분분하겠지만 흔히 '재벌'이라고 불리는 대기업 집단을 빼놓을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이들의 행보를 보면, 노블리스 오블리주와는 거리가 멀다. 올해 초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횡령 배임으로 불구속 기소된데 이어 이번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같은 이유로 불구속 기소된 것만 봐도 그러하다.
특히 10대 그룹으로선 처음으로 상장폐지 심사 대상에 올랐던
한화(000880)는 투자자들에게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히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간접적인 피해도 적지 않다. 한화 시가총액은 2조9000억원에 이르고 유가증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0.25%에 달한다. 국민연금과 외국인의 투자비중도 적지 않다. 실제 국민연금은 지주사
한화(000880) 지분 7.39%(557만2116주)를 소유하고 있는 주요주주다. 한화 뿐 아니라 그룹 전체에 투자한 외국인 비중도 19.72%에 달해 국내 증시에 대한 신인도 하락도 우려된다.
이 모든 사태를 불러 일으킨 횡령 혐의가 김 회장이 아들 등 친인척에게 편법적으로 부를 물려주기 위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회적 공분을 피하긴 힘들다.
한국사회에서 권력을 가진 자들이 특권을 고집하고 사익에 열을 올리는 세태는 과연 언제쯤 사라질 수 있을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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