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닷새 앞으로 다가온 4.11 총선, 여야의 명운을 가를 것으로 지목되는 지역은 수도권을 제외하면 단연 부산을 들 수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을 중심으로 한 바람이 20년을 이어온 강고한 지역주의 보수성향에 균열을 낼 수 있을지 주목되기 때문이다.
야권이 이번 총선 PK(부산·경남)에서 10석 이상의 성적표를 받는다면, 단순히 숫자를 넘어 상징적인 의미를 획득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선레이스에 큰 영향을 준다는 거다.
이런 차원에서 지난 5일 부산 화명동 북강서구 후보 지원유세 중 있었던 문 고문의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과거 정치를 두고 주저하던 그의 모습은 거기 없었다.
사상구 출마로 낙동강벨트의 선봉에 서 있는 문 고문은 이날 "요새 선거운동 다니면 '정말 좀 바꿔 달라, 사상 바꾸고 부산도 바꿔 달라' 그렇게 말씀들 하신다"며 "또 어떤 분들은 국회의원 머물지 말고 큰 정치로 나가달라고 그렇게 말하는 분도 계신다"고 운을 땠다.
그는 "정말 저로서는 고맙지만, 사실은 과분한 그런 기대고 지지"라면서도 "그러나 저도 국회의원 한번 해보려고 정치에 나선 것 아니다. 부산 정치 바꾸고 싶어서, 그 힘으로 대한민국 정치 바꾸는 것에 기여하고 싶어서 정치에 나섰다"고 밝혔다.
문 고문은 "부산 정치 바꾸는 일, 대한민국 정치 바꾸는 일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있는 힘을 다하겠다"면서 "저 혼자서는 안된다. 부산 정치 바꾸는 일 혼자할 수 있겠나. 또 대한민국 정치 바꾸는 일 혼자 할 수 있겠나. 뜻을 같이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정치적 동지들이 필요하고, 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 부산에 출마한 다른 후보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그의 이러한 발언은 사실상 총선 승리를 발판으로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날 유세에 함께한 북강서을의 문성근 후보도 "민주당 후보를 다수 약진시켜 주신다면 그 힘으로 부산을 대표하는 정치인을 대통령 후보로 밀어올리겠다"고 결연히 말했다.
각종 여론조사 대선후보 다자구도 및 양자구도에서 박근혜 위원장·안철수 교수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그로서는, 사상에서 자신만 승리하는 그림보다 낙동강전선에서의 '큰 승리'가 필요하다. '바람이 다르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까닭이다.
반면에 TK(대구·경북)과 함께 텃밭으로 여겨 온 PK의 심상치 않은 조짐은 박 위원장에게는 큰 부담이다. 최근 손수조(사상) 후보의 선거법 위반 논란과 논문 표절 의혹에 휩싸인 문대성(사하갑) 후보 사태도 악재다.
박 위원장이 최근 부산을 네차례나 방문한데 이어 6일 오후에도 이 곳을 찾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박 위원장은 공식 선거운동기간 돌입 이후 전국 각지를 종횡하는 강행군 속에서도 문 고문이 출마한 부산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왔다.
박 위원장으로서는 자신을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으로 총선에 임하고 있는 만큼 바쁜 일정 속에서도 부산을 자주 방문해 문 고문 등의 야권돌풍을 잠재우고 보수층 결집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박 위원장의 연설을 봐도 짐작을 할 수 있다. 그는 각 지역에서 별다른 차이 없이 민간인 사찰 관련해선 '피해자'를, 총선과 관련해선 '야당 심판론'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에서 유효했던 전략을 재활용하는 동시에 지난해 10.26 동구청장 재보궐 선거에서 여전한 위력을 확인한, '박근혜 효과'를 재현한다는 복안으로 보인다.
이제 5일이 지나면 박근혜와 문재인, 두 대선주자의 운명이 결정된다. 여야가 사활을 걸고 있는 부산 선거의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