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서울시의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승인보류라는 한가지 소식에 주민들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시는 지난 5일 제6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주공1단지 재건축정비계획안을 보류하고 현재 도시계획위원회 소위원회로 위임돼 검토 중인 주공2∼4단지와 시영아파트 재건축정비계획안과 함께 논의하기로 했다.
소형주택 비율과 부분임대 아파트 물량이 부족하다는 이유다. 소형주택과 임대주택 공급에 대한 서울시의 확고한 입장만 확인되자 아파트 값은 또 급락했다.
개발지연과 가격급락에 놀란 주공1단지 소유자들은 대규모 항의 집회를 열고 강력한 반대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그에 반해 개포주공 세입자들은 조용히 재건축 보류를 반기는 분위기다.
◇재건축 승인보류에 세입자 ‘휴~’
“이만한 전세금 가지고 강남에서 갈데가 없어요. 아니 서울 시내에서도 전셋집 찾기 힘들거에요. 조합은 아쉽겠지만 아직 애가 중3인 저한테는 승인보류가 솔직히 다행스러운 일이죠”
개포주공1단지에 사는 한 세입자의 솔직한 토로다. 개포주공1단지 전용 49㎡(15평)의 전세값은 1억원 정도. KB국민은행가 조사한 서울 하위 20% 아파트 평균주택가격인 2억4107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세 세입자 뿐이 아니다. 동생과 함께 산다는 한 월세입자는 "현재 10평 정도인데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50만원을 내고 있어요. 이 앞에 3평짜리 ‘ㅂ’고시원이 30~40만원이에요. 시설이 조금 오래되긴 했지만 이 가격에 방 두 개짜리 아파트 월세를 어디서 구하겠어요“고 (재건축 승인보류가)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A 공인 대표는 “여기가 재건축된다고 하면 작년에 이주했던 청실하고는 다르다. 거긴 평형이 큰 편이라 좀 좁히거나 비아파트를 선택한다면 인근으로 이주가 가능했지만 여기분들은 처음부터 외곽으로 나가야한다”고 말했다.
◇소유주 “시장은 60평에 살면서 우리는 평생 13평에 살라고?”
하지만 개포주공 재건축 보류는 개포주공 소유주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다.
소형의무비율 강화와 재건축 보류 소식이 확인될 때마다 개발은 지연되고 가격은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3월 최고가 11억4700만원에 팔렸던 개포주공1단지 전용 56㎡는 지난달 9억2300만원에 힘겹게 새로운 계약을 체결했다. 가격은 1년 사이 무려 2억2400만원이나 하락했다.
B공인 대표는 “더 떨어지지 않으면 다행이다. 가격이 일정정도 떨어지면 거래가 붙기 마련인데 요즘엔 그런 것도 없다”며 “요즘은 심리적 저지선이란 것도 없고 급급매물도 거래가 쉽지 않다. 조금 과장하면 거의 붕괴상태다”고 우려했다.
또 한 조합원은 “서울시장이 말하는 서민공공주택 8만가구 공급 약속이 이런 식을 말하는거냐”며 “본인은 60평 집에 살면서 우리는 내 집의 일부분을 다른 사람에게 내주고 평생 13평에 살라는 거냐”며 토로했다.
현재 개포지구재건축연합회는 총선이 끝난 후 대규모 항의 집회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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