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용훈기자]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스탁론을 규제하는 목적에는 동의했지만, 규제에 따른 부작용을 막을 대안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금융당국의 주장처럼 스탁론이 정치테마주의 자금줄이 되고 있다면 투자자 보호차원에서라도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맞지만 현재 한 종목에 1억원 이상 투자하지 못하도록 막아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돈줄'이 될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다.
18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정치테마주 급등락에 따른 투자자보호를 위해 현재 스탁론 대출비율을 최고 300%에서 200%로 하향조정하고, 담보유지비율도 현행 115%에서 140%까지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면 업계는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금융당국의 스탁론 담보유지비율 상향조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제시하는 스탁론 규제안은 증권사 신용대출과 동일한 수준으로 당장 매매수수료 수익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치테마주의 급등락에 대해선 우려를 표하면서도 스탁론 규제를 통해 목적을 달성하긴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무엇보다 당국의 주장대로 스탁론이 정치테마주의 돈줄이 되고 있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증권담당 연구원은 "증권사 매매수익은 차치하고 스탁론 대출규제를 높이면 아무런 제도적 장치가 없는 대부업체 등으로부터 주식자금대출이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며 "당국의 기대와 정반대의 상황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작년 9월 1700선에 머물렀던 코스피는 3월 2050선까지 급등했다"며 "스탁론의 규모가 작년 9월에 비해 30% 이상 급증했다고 해서 이 자금이 정치테마주의 돈줄이 됐다는 주장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과 저축은행과 연계해 대출을 해주는 스탁론은 대출 한도가 2억원까지이며 한 종목엔 1억원 이상 투자하지 못하게 돼있다. 이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라는 설명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스탁론 규제로 인해 발생할 부작용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규제에 앞서 스탁론 대출기준 강화로 인해 불법 사채업자 등에 자금이 몰릴 가능성을 미리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자본연의 김갑래 박사는 "시장에서 자체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아닌 정부에 대출 자체를 규제한다는 것이 보기에 안 좋은 것은 사실"이라며 "스탁론 규제로 나타날 '풍선효과'에 대한 대안이 선행돼야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역시 스탁론을 규제해 정치테마주를 잡겠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봤다. 현재 국내 증시 시가총액이 1200조원이 넘는 상황 속에 1조 규모의 스탁론을 막아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경실련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라는 규제 목적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정치테마주에 투자하는 이들이 현금동원력이 떨어져 스탁론을 이용하고 있는지 여부는 검증해 볼 필요가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