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한국의 민주화가 한류를 만들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이 정말 즐기고 싶어하는 콘텐츠가 뭔지 고민하게 됐고 그렇게 나온 콘텐츠가 일정한 성과로 나타난 것이다." (싱가폴의 한 패널)
"드라마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수출도 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수출 신장액이 3배 가량 돼 가고 있다. 외형적으로 성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은 돈돈을 맞추는 수준이다. 내수시장은 몰라도 글로벌시장에서는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충효 CJ E&M 글로벌사업팀 부장)
국내 미디어기업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학술세미나가 지난 22일 싱가포르국립대에서 열렸다.
한국방송학회가 주최하고 CJ E&M이 후원한 이번 행사에서는 한류의 현위치를 진단할 수 있는 발언이 많이 나왔다.
국가적 팽창욕구가 자본의 이념과 결합된 것이라는 비판도 없지 않지만, 세미나가 열린 싱가폴은 한류를 우호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한국의 정치적 민주화가 한류라는 콘텐츠 생산의 밑거름이 됐다는 분석이 나와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콘텐츠를 실어나르는 전략은 여전히 부재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신동 한림대 교수(언론정보학부)는 "한류가 아시아권에서는 성공했지만 메이저마켓인 미주나 유럽은 파고들지 못하고 있다"며 "'개시한지 얼마 안 되서'란 이야기는 핑계다. 그들도 한류는 알고 있지만 폭발적 붐은 없고 지금 분위기로는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무엇보다 글로벌 전략이 없다는 것을 문제로 꼽았다.
그는 "가수 보아를 수출하고 관련 판권을 수출하는 정도인데 이것을 글로벌로 착각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콘텐츠 생산요소를 국제적으로 다양하게 혼합하고 '글로벌 R&D'에도 보다 신경 쓸 것을 주문했다.
필요에 따라서는 국외법인과 협업시스템을 구축해 킬러콘텐츠를 생산해낼 수 있어야 한다는 충고도 덧붙였다.
그는 "일본이 오랫동안 노하우를 축적해서 성장한 게 아니다"라며 "소니가 콜롬비아를 매입한 게 1986년이다. 다시 말해 M&A를 통해서 미국이 축적한 것을 죽 당기는 그런 전략이 보편적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강명현 한림대 교수(언론정보학부)는 전문인력 양성과 유통의 중요을 강조하는 한편, 무엇보다 문화적 기반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자들은 언론을 선전도구로 생각해온 독재 정권 아래에서 수십년간 지내왔기 때문에 미디어를 산업으로 보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국내 미디어시장의 산업화도 완성이 덜 된 상태에서 글로벌 시장의 수요가 닥쳤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는 데도 공감을 표했다.
은혜정 서울과학기술대 교수(IT정책전문대학원)는 "정부가 할 일이 있고 산업이 할 일이 있는데 한류에 대해서도 정부가 나서서 모든 걸 직접 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현업의 고민은 무엇보다 수익문제에 집중됐다.
이충효 부장은 "유료방송사업자로서 단순히 수신료와 광고가 아닌 앵커프로젝트, 킬러콘텐츠로 성공하기 위해 M&A를 고민하고 있고 일본의 유력방송사와 공동제작하는 방안도 현재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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