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잦은 휴양시설 물놀이 사고, 배상 어떻게?
법원, 관리자 '사고 예방책임' 넓게 인정
2012-08-07 16:55:41 2012-08-07 16:56:49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여름 휴가철 흔하게 발생하는 물놀이 사고는 본인의 부주의, 책임자의 관리 소홀이 겹쳐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펜션 등에서 운영하는 야외·조립식 수영장을 이용하다 다이빙 혹은 과격한 물놀이 도중 사고를 당한 경우가 많아 주의가 요망된다.
 
물놀이를 즐기다 안전사고를 당했을 때 법원은 어떻게 판단하는지 판례를 모아봤다.
 
◇'야간수영 금지' 어겨 '사지마비', 누구 책임?
 
최근 법원은 수영장 이용이 금지된 야간에 수영장에서 다이빙하다가 사지마비 등의 상해를 입은 경우 수영장 관리자로부터 일정 부분 배상을 받을 수 있다고 봤다.
 
펜션 야외수영장에서 사고를 당한 배모씨의 사례가 그렇다.
 
지난 2009년 9월 일행과 함께 충남 논산의 한 펜션에 묶었던 배씨는, 새벽시간 야외수영장에서 1.1m 깊이의 물에 다이빙하다 머리를 다쳐 사지가 마비됐다. 배씨는 당시 술에 취한 상태였다.
 
이후 배씨와 그의 가족은 "사고발생 위험성이 높은 야간이용을 금지하기 위해 수영장 출입 통제장치를 설치하거나 안전요원을 배치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냈다.
 
그러나 수영장측은 "사건 전날 오후 7시쯤 투숙객들에게 수영장 이용 마감시간을 알렸는데 배씨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수영장을 이용하다 사고가 났다"며 책임이 없다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월 "배씨 등에게 16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수영장측은 배씨 등이 야간 수영을 하지 못하도록 수영장에 출입문 등의 잠금장치를 설치한다거나 이용을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았고, 다이빙을 하지 않도록 안전수칙 표지판을 잘 보이는 곳에 설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음주상태였던 배씨 역시 야간에 다이빙을 하면서 수심 등을 체크하지 않았다"며 배씨의 과실을 인정해 수영장측 책임비율을 15%로 제한했다.
 
◇수영장 계단 내려가다 '미끌'.."이용객도 주의 의무"
 
수영장 이용객이 수영장 내부에 설치된 파이프라인 계단을 밟으며 내려가다 발이 미끄러져 사고를 당한 경우에도 법원은 '설치물의 하자'를 이유로 수영장 관리자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은 서모씨 등이 수영장 관리자인 서울시와 서울시로부터 관리 위탁을 받은 K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서울시와 K사는 원고에게 12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서씨는 지난 2010년 서울 마포구 망원동 소재 한강둔치 수영장 내벽에 설치된 계단을 내려가다 발이 미끄러져 빠지면서 엉덩이쪽에 심한 충격을 받는 사고를 당했다. 이후 서씨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냈고, 서울시 등은 "서씨가 입수 당시 계단을 천천히 내려가는 등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문제가 된 수영장 내 입수대는 발이 미끄러지기 쉽고, 벽면과의 틈 사이로 몸의 일부가 빠져 다칠 우려가 있었다"며 "수영장의 관리자인 K사와, K사를 지시·감독할 의무가 있는 서울시는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서씨 역시 입수 당시 손잡이를 붙잡고 몸의 균형을 유지한 채 천천히 내려가는 등 스스로 자신의 안전을 지킬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했고, 이런 과실이 입수대의 하자보다 더 큰 사고 원인"이라며 서울시 등의 배상책임을 20%로 제한했다.
 
◇용도 어기고 과격한 물놀이, 배상 못 받아 
 
가벼운 물놀이만을 목적으로 제작된 '조립식 수영장'에서 안전수칙을 어기고 과격하게 행동하다가 머리를 부딪혀 심한 부상을 얻은 경우, 법원은 피해자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고 봤다.
 
손모씨는 지난 2006년 강원도 횡성군의 R펜션 내에 설치되어 있는 조립식 야외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던 중 높은 곳에서 수영장 안으로 뛰어들다 넘어져 척추 손상 등의 부상을 입었다.
 
손씨는 "미끄럼 방지시설 등 안전시설을 갖추지 못했다"며 소송을 냈고, 수영장 관리자는 "수영장 바닥 재질은 천과 합성수지가 섞여 있어서 미끄러운 소재가 아니고, 수영장 시설 내에 '과도한 장난이나 물놀이를 자제해 달라'는 안전용 문구를 게시해 놓았다"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법은 수영장 관리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조립식 수영장은 전문적인 수영, 다이빙, 과격한 물놀이보다는 가벼운 물놀이를 목적으로 제작된 간이형 수영장"이라며 "급격하고 과도한 물놀이나 다이빙 등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안전수칙까지 게시한 피고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위험방지 조치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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