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고문 등 보안부대의 불법적인 조사가 있었음을 알고도 검사가 그 조사자료를 근거로 허위자백을 받아내 기소한 경우 검사의 행위 역시 불법행위로 피해자는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구속기소돼 복역한 김모씨(62)와 가족들이 "고문 등 불법 조사와 그에 따라 기소한 것에 대한 피해를 보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국가는 김씨와 가족들에게 모두 13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도 공익의 대표자로서 김씨가 보안부대에서 불법적인 수사를 받았음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조사 자료를 토대로 김씨에게 자백을 강요하고 물리력을 행사하여 허위 자백을 받아낸 뒤 기소함으로써 결국 김씨로 하여금 징역 7년의 유죄 판결을 선고받고 수감되도록 했다"며 "이런 검사의 행위 역시 국가가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또 김씨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가 지남으로써 모두 소멸됐다는 국가의 주장에 대해서도 "김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재심판결이 확정된 2009년 8월까지는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가 있었다"고 지적한 뒤 "국민의 인권을 중대하게 침해한 국가의 채무 이행 거절을 인정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정한 결과를 초래하게 되므로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은 권리남용"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1986년 2월 국군보안사령부(현 기무사령부)에 재일간첩으로부터 국내 동향과 국가기밀 탐지수집 지령을 받고 북한을 고무·찬양했다는 이유로 연행돼 조사를 받았다.
김씨는 조사과정에서 고문 등으로 허위자백을 한 뒤 검찰로 넘겨져 조사를 받았는데 당시 담당검사는 보안사의 고문으로 김씨가 허위자백한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추가 조사 없이 기소했으며, 김씨는 징역 7년형을 선고 받았다.
이후 1991년 5월 가석방된 김씨는 2008년 광주고법에 재심을 청구해 무죄판결을 받은 뒤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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