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혜진기자] 올해 부진을 면치 못했던 건설 업종이 내년에 회복될 수 있을지는 해외 부문에서의 수주 경쟁이 얼마나 완화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아세안 국가들이 산업 고도화 정책에 합류하면서 시장이 다변화돼 국내 업체 간 경쟁이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부진했던 건설업..내년 해외 수주로 회복될까
올해 건설업종이 부진했던 것은 중동 발주처로부터의 대형 프로젝트 수주가 잇따라 지연됐기 때문이다. 세계 경기의 침체 여파로 발주처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탓이다.
에프엔가이드와 키움증권에 따르면 국내 10대 대형 건설사의 올해 시가총액은 지난해 대비 37% 감소했다. 순차입금 규모도 지난 2006년 대비 7.4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5대 건설사의 영업이익률도 지난 2005년 8.9%에서 올해 4.9%로 반토막났다.
건설업 불황이 이어지면서 건설주도 하락국면을 전환시키지 못했다. 지난 2월 212.4포인트를 기록했던 건설업종지수는 이달 말까지 30% 가량 하락했다.
강광숙 삼성증권 연구원은 "건설업종 주가는 부진한 해외 수주와 지속적인 실적 악화 탓에 꾸준히 하락했다"며 "업종의 수익추정 신뢰도도 크게 훼손됐다"고 설명했다.
건설업의 실적 악화는 업황이 침체되면서 국내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된 영향이 크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내년 건설업 회복은 경쟁이 얼마나 완화될 지 여부에 달렸다고 판단했다.
한종효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상장사를 중심으로 공격적 가격 경쟁을 지양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며 "준비된 업체들의 수주 다변화 성과와 질적 측면을 고려한 성장이 내년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외 수주 경쟁의 완화를 이끌 모멘텀은 아세안 산유국의 '산업 고도화 정책' 합류 건이다.
최근 걸프협력이사회(GCC) 6개국(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이 재정지출을 늘리고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천연자원을 보유한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도 정유·석유화학 단지 건설에 합류하면서 중동 수주 경쟁이 줄어들고 시장이 다변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강 연구원은 "작년과 올해 중동 프로젝트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건설사들의 시장 다변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며 "내년에도 이같은 분위기는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증권가 탑픽은 현대건설·삼성엔지니어링
그러나 내년 건설업체 간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세계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 각국 건설사들이 해외 수주에 더 집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송흥익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국내 부동산 가격의 구조적 하락세를 비롯해 일본, 유럽의 부동산도 회복되기 힘들 것"이라며 "이에 각국 건설사들을 포함한 경쟁 강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도 "원달러 환율의 하락과 유로, 엔화 약세가 문제"라며 "해외 수주를 따낼 때 중요한 가격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했다.
증권가는 건설 업종의 최선호주로 대부분
현대건설(000720)을 꼽았다. 내년부터 해외 원가율 개선의 수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해 해외, 주택 부문의 손실이 선 반영됐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창근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은 올해 해외 수주 목표인 101억달러 중 62억달러를 공식 계약했다"며 "이로써 연간 96억달러를 확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 연구원은 "삼성엔지니어링은 합작회사 설립을 계기로 내년부터 500억달러 규모의 해양 플랜트 사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며 "시장 다변화에 가장 많은 준비를 갖췄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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