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KBS교향악단이 재단법인 출범 이후 첫 연주회를 열었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지난달 30일 열린 특별연주회에는 약 2300명의 관객이 단체운영 정상화를 향해 첫 걸음을 뗀 KBS교향악단의 연주를 지켜봤다.
이날 지휘봉은 차기 상임지휘자로 거론되고 있는 예술가 중 한 명인 미하일 플레트뇨프가 잡았다.
지휘자 미하일은 특유의 지적이고 섬세한 곡 해석력을 바탕으로 리스트와 브람스,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을 차분히 풀어냈다.
독일 낭만파의 계통을 이어받은 음악들이지만 지휘자는 러시아 출신답게 유장하면서도 자연스럽게 흐르는 러시아 음악 특유의 색채도 일부 녹여내는 등 개성있는 연주를 뽐냈다.
특히 지휘자의 손끝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KBS교향악단 단원들의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재단법인 분리 문제와 전임 지휘자와의 불화 등으로 9개월 동안 연주회를 열지 못했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였다.
첫 곡은 두 대의 하프로 시작하는 도입부가 인상적인 리스트의 교향시 제4번 '오르페우스', S.98이었다. 서정미 물씬 풍기는 하프 연주에 이어 관현악 파트가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볼륨을 키워나가며 자연스럽게 공연장을 감싸 안았다. 차분하고 명상적인 곡의 특징이 유감 없이 표현됐다.
두번째 곡인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77에서는 미모의 바이올리니스트 알리나 포고스트키나가 솔리스트로 나섰다.
교향악단의 진중한 연주 속에 때로는 애절하게, 때로는 강렬하게 흐르는 솔리스트의 연주가 유연한 조화를 이뤘다.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매력으로 많은 박수를 이끌어낸 알리나 포고스트키나는 앙코르 곡으로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빗방울'을 선사했다.
잠깐의 휴식 후 이어진 공연에서는 차이코프스키의 관현악 모음곡 제3번 G장조, Op.55을 연주했다.
'엘레지', '우울한 왈츠', '스케르초', '주제와 변주'로 이어지는 곡들은 교향곡에서는 맛볼 수 없는 자유분방한 매력을 발산했다. 다이내믹한 연주로 관객으로부터 큰 호응을 받은 KBS교향악단은 앙코르 곡으로 하차투리안의 발레모음곡 <가이느> 중 '레즈인카'를 관객들에게 선물했다.
이날 KBS교향악단의 음악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오랜만의 연주회였지만 단원들의 뛰어난 연주력이나 집중도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역설적이지만 아름다운 음악의 선율에는 앞으로 남은 과제의 '무게감'도 함께 실려 전해졌다. 시장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공익적인 교향악단으로 남는 일, KBS교향악단만의 사운드를 찾아나가는 일, 음악의 하모니처럼 서로 간의 앙금을 풀고 민주적으로 화합하는 일 등에 여전히 국민의 눈과 귀가 쏠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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