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관종기자] 정부가 코레일이 가지고 있는 철도교통관제권을 철도시설공단으로 넘기기로 하면서 잠시 진화됐던 '철도민영화' 논란에 또다시 불이 붙었다.
국토해양부는 관제업무위탁을 철도시설공단으로 변경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철도산업발전기본법'을 9일 입법예고했다.
철도관제는 열차배정은 물론 열차 운행 중 의사소통, 사고발생 시 통제 등 열차 운행과 관련된 전반적인 소통과 지시로 안전운행을 확보하는 철도의 핵심 업무다.
관제권은 철도경쟁력 강화와 안전 등을 위해 철도운영자가 직접 맡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정부 결정과 관렵법에 근거해 지난 2005년 코레일에 위탁됐다.
그러나 이번 입법예고로 빠르면 올 상반기 중 관제권을 철도시설공단에 이양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
수익창출과 비용절감에 치중해야 하는 철도운영사업자가 관제까지 가지고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안전관리에는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이번 입법예고의 취지다.
국토부 관계자는 "코레일이 관제와 수송을 함께 수행함으로써 각종 안전사고를 철저하게 관리 감독하는데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4월 국무총리실 주재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철도교통관제 운영개선 방향을 논의 한 뒤 바로 철도기술연구원에 연구용역을 맡겼다. 그 결과 최근 관제권을 철도시설공단에 이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 이관이 안전 보장하는 것 아니다.."더 위험"
반면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철도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국토부 주장과 달리 안전사고의 위험이 더 크다는 것이다.
원활한 관제는 하나의 조직아래 모인 관제사들과 운행업무종사자 간 빠른 소통과 판단이 관건인데, 둘의 소속이 달라져 이원화 될 경우 협의체계가 흐트러질 수 있다.
관제권을 이관 받은 기관의 전문 관제 인력 수급도 문제다. 현재 코레일 소속 관제사들은 신분보장의 불확실성 등으로 전환배치를 기피하고 있다.
정부는 장기적인 인력 수급방안으로 관제사 자격제도(면허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만 실전 경험이 필요한 관제 업무를 어디까지 맡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찬영 철도운전기술협회 이사는 지난해 11월 정부 연구용역 중간보고 자문회위에서 "관제권 환수는 경쟁체제 도입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시기상 성급한 정책추진"이라며 "경쟁체제가 도입되더라도 철도공사가 관제업무를 지속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관제권은 무엇보다 경험과 소통이 절대적"이라며 "권한을 이관하는 과정과 또 이를 조율하는 불필요한 과정을 왜 거쳐야 하는지 이해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만약 코레일이 관제업무에 부적합하다면 같은 정부 기관인 철도시설공단에 넘기는 것보다 정부가 직접 맡아 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KTX민영화 재추진 위한 포석"
이처럼 국토부가 코레일의 주요 업무를 축소시킨다는 지적이 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토부가 '수서발KTX 민영화' 사업의 포석을 깐 것이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2011년 12월 대통령 업무보고 이후 철도 경쟁체제도입에 속도를 냈다. 당초 지난해 1월 KTX 민간참여 사업제안요청서(RFP) 공개, 6월 철도 운영 면허신청, 7월 민간 업체 제안평가 및 우선협상대상자선정 등을 마무리 할 방침이었다.
국토부는 당시 '요금인상 요인이 될 것'이라는 반대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요금 20% 인하'를 약속하며 사업을 고집스럽게 추진해 왔다.
하지만 같은 해 7월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사업을 전면 보류한다는 결론이 나오자 사업을 중단했다. 수서역사 조성 사업 일정상 민간참여를 한시라도 늦춰서는 안된다던 국토부가 단번에 입장을 바꾸면서 비난여론이 거셌다.
그 이후에도 철도역사국유화 추진과 관제권환수 등의 문제를 들고 나와 경쟁체제 도입을 정면으로 반대했던 코레일 옥죄기를 지속해 왔다.
학계 관계자는 "민영화의 포석을 깔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며 "반대가 심한 코레일로부터 주요 권한을 가져올 경우 민간이 진입할 수 있는 장벽이 당연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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