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엔·달러 환율이 다시 90엔을 돌파하며 31개월만의 최고치에 달했다.
◇달러·엔 환율 차트 (출처:대신증권)
24일 달러 엔 환율은 오후 1시19분 현재 전날보다 0.68%오른 90.45엔에 거래되고 있다. 2010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22일 일본은행(BOJ)의 무제한적 양적완화 방침 발표 후 10주 연속 오르던 엔화 환율은 하락세로 전환했다.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2%로 상향 조정하는 것은 이미 예견됐던 일인데다, 무제한적 자산 매입이 내년 1월부터 시행돼 1년간의 공백이 발생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일본 관료들이 연이어 환율과 관련된 발언을 내놓은 후 엔화는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23일 나카오 타케히코 재무성 차관이 "환율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필요할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BOJ의 정책은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며 "BOJ가 엔화의 평가 절하를 유도한다는 비판은 잘못된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같은날 전해진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성 차관의 발언은 엔저 기조를 더욱 확고히 했다.
그는 "지금의 달러 당 90엔대의 환율은 그간 이어진 엔고의 조정과정 중 일부"라며 "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달러 당 100엔까지 오르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110~120엔대까지 상승할 경우 수입 가격이 부담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외부의 비판 목소리를 의식하듯 "환율은 시장 원리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아다치 마사이치 JP모건증권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일본 정부가 환율과 관련한 언급을 지속한다면 대외적인 압력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며 "니시무라 차관의 말은 환율 조작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엔저 기조 당분간 지속..100엔 상회도 가능"
다수의 전문가들은 일본의 통화 완화의지가 분명한 만큼 엔저 현상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토마스 애버릴 로치포드캐피탈 매니징 디렉터는 "현재 시장은 엔화를 매도할 이유를 찾고 있다"며 "엔화 약세 현상은 한동안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캐들린 브룩스 포렉스닷컴 조사담당자는 "일본 정부가 중기적으로 환율 목표를 달러 당 100엔으로 잡고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BOJ 발표 이후 그 의지가 보다 확실해졌다"고 전했다.
크리스토퍼 베치오 데일리FX 애널리스트는 "올 연말 달러 엔 환율은 105~110엔 수준에 달할 것"이라며 "말 한마디로 엔저를 이어가기는 쉽지 않은 만큼 추가적인 수단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반면 환율 변동이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며 조만간 강세 전환이 나타날 것이란 의견도 존재했다.
타케타 키쿠코 뱅크오브도쿄미츠비시UFJ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엔화의 평가절하 속도는 점차 둔화될 것"이라며 "지난 몇 주간의 급격한 변동을 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조만간 환율 하락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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