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M&A)①"먹고 살기 힘들다"..'매물' 쏟아져
2013-02-04 11:00:00 2013-02-04 13:52:27
[뉴스토마토 홍은성·박승원기자] 국내 증권사의 인수·합병(M&A) 이슈가 재차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계사년 새해 들어서도 국내 주식시장이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주식거래대금 감소에 따른 실적 악화로 한계에 몰린 증권사들이 시장에 매물로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
 
여기에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대기업 계열의 증권사들과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민영화 기대감이 큰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도 M&A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아이엠투자·이트레이드證 등 중소형사 7여 곳 매물
 
최근 매물로 거론되거나 매각을 심각하게 검토하는 곳은 아이엠투자증권, 이트레이드증권(078020), 리딩투자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 7여 곳이다. 이 가운데 현재 공개 매각에 나서는 곳은 대주주가 사모펀드인(PEF)인 아이엠투자증권과 이트레이드증권, 리딩투자증권이다.
 
먼저 솔로몬저축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아이엠투자증권이 매물로 나왔다. 아이엠투증권은 PEF인 에스엠앤파트너스가 지분 49.89%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지분 30% 이상은 공무원연금이 소유하고 있다.
 
지난 21일 예금보험공사는 아이엠투자증권의 지분매각을 위한 입찰 공고를 냈다. 매각대상은 아이엠투자증권 보통주 2291만5277주(52.08%)다. 매각주관사는 신한금융투자와 말레이시아 CIMB그룹, 한영회계법인으로 선정됐다
 
예보는 다음달 15일까지 비밀유지확약서를 접수받고, 오는 3월까지 투자안내서와 예비입찰안내서를 개별적으로 통보할 예정이다. 3월 이후에는 예비실사와 본입찰을 거쳐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국내 최초 온라인 증권사인 이트레이드증권도 매각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현재 이트레이드증권의 지분 84.58%를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 글로벌앤어소시에이츠(G&A) PEF는 투자 회수를 위해 매각을 결정했다.
 
최근 매각 주관사인 KDB산업은행과 노무라증권이 10여개의 인수 후보자들에게 이트레이드증권 투자설명서(IM)를 배포했다. G&A측은 이트레이드증권의 실적을 감안해 4500억원대에 매각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트레이드증권 몸값이 높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인수의향자 선정이 지연되는 이유다.
 
IWL파트너스와 리딩밸류에프 PEF가 보유하고 있던 리딩투자증권도 매물로 나왔다. 영업실적 악화로 기업공개(IPO)가 무산되자 매각을 추진하는 것이다. 특히, 리딩투자증권은 지난해 1분기(4~6월) 16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국내 증권사 중 2번째로 큰 적자를 나타냈다.
 
이 외에도 애플투자증권, 골든브릿지투자증권, 한맥투자증권 등이 매물 후보군에 이름 올렸다. 이들 증권사 모두 순이익이 적자거나 소폭 흑자에 불과해 한계 기업으로 몰린 상태다.
 
유진투자증권(001200)은 이 회사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매물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모 기업인 유진그룹이 한 때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하이마트를 롯데쇼핑에 매각하는 등 우여곡절을 거쳤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매물로 거론되고 있는 애플투자증권은 지난 2011년 회계연도에 순이익이 32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골든브릿지증권 역시 6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한맥투자증권은 순이익이 2억원에 그치며 간신히 적자를 면했다.
 
반면, 코리아RB는 지난해 말에 하나은행 전임 임원들이 출자한 PEF인 케이앤드림파트너스에 매각됐다. 이상윤 대성해운 회장 일가가 최대주주였던 코리아RB증권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자본잠식률이 54%에 달해 자본잠식에 빠진 상황이었다. 증권업황의 부진 등을 이유로 매각금액은 당초 알려진 100억원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우리투자證 등 대형 증권사도 후보로 회자돼..그룹 리스크·민영화 이슈
 
한계에 몰린 중소형 증권사뿐만 아니라 대형사들도 매물 후보군에 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모 기업의 유동성 위기와 새 정부의 민영화와 기대감이 부각된 데 따른 것이다.
 
먼저 모 기업의 리스크로 동양증권(003470)현대증권(003450)이 지목된다. 그룹의 재무 문제와 얽혀 있어 언제든지 매물로 시장에 나올 수 있기 때문.
 
재계 35위인 동양그룹은 최근 그룹 주력 사업인 레미콘과 가전 등 주력사업을 매각하는 등 강도 높은 재무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했고, 서비스부문 계열사인 동양레저, 동양네트웍스, 동양온라인도 매각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척 화력발전소의 사업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재무구조 개선에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아직 최종적으로 사업자로 선정된 것은 아니어서 변수로 남아 있다.
 
최악의 경우 유동성 위기가 재차 부각되면서 알짜 계열사인 동양증권을 매각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노사 간 잡음이 일었던 현대증권 매각설도 증권가에서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일단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지난해 9월 해외 PEF로의 현대증권 매각설과 관련해 사내 이메일을 통해 직원들에게 매각설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현대증권 노동조합은 대표이사가 현대증권 매각을 추진 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노조는 현대그룹이 해외 사모펀드에 현대증권을 담보로 8000억원을 유동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대증권에서는 여전히 매각설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현대증권이 현대상선과 더불어 현대그룹의 핵심 계열사라는 점에서 매각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새 정부가 공식적으로 업무를 시작하는 다음달 25일 이후에는 우리투자증권(005940)과 KDB대우증권(006800) 등 대형 증권사들이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두 증권사 모두 정부 출자 금융지주사의 알짜 계열사로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이슈가 부각될 때마다 M&A 대상 기업에 꼽혔다.
 
일단 KDB대우증권의 경우 민영화 이슈로 인해 오히려 매각 가능성이 낮아진 상태다. KDB산업은행을 정점으로 KDB생명, KDB캐피탈 등과 금융그룹사의 중요한 한 축을 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현 정부와 국회가 우리금융 민영화를 시급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만큼 우리금융의 계열사인 우리투자증권의 매각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까지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는 우리금융 민영화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우리금융 민영화는 다음 정권에서 논의해야 하지 않겠냐"며 매각에 제동을 건 만큼 취임 이후엔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업계, 수익성 '비상'..거래대금 감소에 브로커리지수수료 '↓'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국내 증권사들의 매각설이 심심찮게 나오는 이유는 실적이 악화된 영향이 크다.
 
국내 주식시장 침체로 투자자들이 주식 투자를 멀리하면서 증권사들의 브로커리지수수료 수익이 급감한 것.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4월~9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주식거래대금은 808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1년 상반기 1168조원과 비교하면 30.7%나 급감한 것이다.
 
여기에 국내 증권사들 간 저가수수료 경쟁 심화로 브로커리지 수익도 급감하고 있다. 지난 2011년 국내 증권사들의 브로커리지 수수료는 2조9434억원에서 지난해 1조8937억원으로 35.7% 떨어졌다.
 
 
이 때문에 지난해 상반기 증권업계의 전체 당기순이익은 지난 2011년 상반기 6746억원으로 지난 2011년 같은 기간(1조2404억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자기자본 대비 실질 수익성을 나타내는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지난해 상반기 1.6%로 직전년(3.3%)에 비해 절반 넘게 감소했다.
 
우다희 우리투자증권 기업분석팀 연구원은 "시장거래대금이 하루 평균 5조원에서 6조원대에 불과하다"며 "시장거래대금 부진으로 손익분기점 하회가 지속됨에 따라 고정비 부담으로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는 중소형 증권사들이 매물로 나오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정태 하나대투증권 연구원도 "최근 국내 증권사들이 매물로 나오는 것은 수익성 측면이 가장 크다"고 밝혔다.
 
한 연구원은 "현재 채권 금리 수준이 너무 낮아 증권사들의 프랍 트레이딩(prop trading, 자기매매)로 벌어드리는 돈이 적어졌다"며 "거래대금도 늘지 않고 있어 증권사 매물이 추가적으로 나올 수 있는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증권사의 지배구조에 문제가 발생하는 점도 매각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증권사의 대주주가 PEF인 경우에는 경영권 프리미엄 요인이 악화되기 전에 해당 증권사를 매각하려는 욕구가 더 강하다는 것.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들이 수익성이 악화된 영향도 무시는 못하지만, 지배구조에 문제가 생겨 매물로 나오는 증권사들도 많다"며 "특히, 대주주가 PEF인 경우 비싸게 매입했는데 경영정상화가 되지 않아 가격이 더 내려가기 전에 매각하려는 생각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