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업계, 역마진 감수 ETF 수수료 인하 '출혈경쟁'
외국인·기관 투자자 확보 목적..업계, 수수료 인하 확산 조짐
2013-02-15 11:25:24 2013-02-15 11:27:31
[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자산운용업계의 상장지수펀드(ETF) 수수료 인하 경쟁이 불붙을 조짐이다. 우리자산운용이 올 들어 처음으로 4개 ETF 수수료를 파격적으로 낮추면서 포문을 열었다.
 
우리자산운용은 15일부터 대표 ETF 상품인 KOSEF 200 ETF의 총 보수를 기존 0.34%에서 0.15%로 인하키로 했다. KOSEF 고배당, KOSEF Banks, KOSEF IT의 총 보수도 기존 0.50%에서 0.40%로 낮췄다.
 
현재 약해진 KOSEF의 위상을 강화하고자 구체적 실행 체제에 돌입했다는 게 우리자산 측이 설명하는 보수 인하 배경이다. 이를 통해 올해 최소 3위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우리자산운용의 수수료 인하는 순위경쟁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수수료 싸움이라기보다는 물량 싸움”이라며 “시장 내 2위를 꾸준히 이어오던 우리자산이 4위까지 내려온 데다 보험사를 계열사로 둔 한화나 교보가 치고 올라오자 위기감을 느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자산운용사들도 수수료 인하 움직임에 동참할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보수 인하 계획은 없다”면서도 “다만 신중하게 접근해 전략적인 판단을 내리겠다. 문제는 보수를 내리면 규모가 증가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 수익만 줄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삼성자산운용은 지난해 12월 KODEX레버리지 등 6개 상품의 총보수를 0.15~0.29%포인트 내렸고 뒤이어 미래운용이 같은 달 TIGER200의 총보수를 순자산의 0.15%에서 업계 최저 수준인 0.09%로 내렸다.
 
(자료: 제로인)
 
비교적 규모 있는 자산운용업계의 상장지수펀드(ETF) 순위 경쟁에 규모가 작은 자산운용사들도 비상이 걸렸다. 불 지펴진 수수료 인하 경쟁에 나머지 자산운용사도 울며 겨자먹기로 가세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유리자산운용 관계자는 “사실 해외에서도 ETF 총 보수 인하는 트렌드”라며 “당분간 추이를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리자산의 경우 현재 TREX200 등 3개 ETF의 설정액이 현재 763억원에 불과하다. 삼성(7.8조원), 미래에셋(2.5조원), 우리(1조원), 한국투신(1조원), 교보(0.7조원), 한화(0.7조원), KB(0.7조원) 등에 비하면 극히 적은 규모다.
 
최근 외국인이나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ETF 참여가 확대된 점도 운용업계의 ETF 보수 인하 경쟁을 부추기는 배경이 되고 있다.
 
통상 운용단위가 큰 외국인·기관투자자 유치에 있어 운용사 ‘몸집’은 중요한 잣대기 때문이다. 이들이 운용사의 ETF 사이즈가 클수록 가중치가 매겨진다.
 
우리자산운용 관계자는 “해외 연기금들은 기관 자금 집행에 있어 현재 ETF를 선호하는 추세다. 국내의 경우도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들이 이제 막 ETF 투자를 시작한 시점이어서 더 중요하다”며 “관건은 순위다. 적어도 3위권에 들어야 외국인·기관투자자들이 메리트를 느낀다”고 말했다.
 
우리자산은 보수 인하 카드로 인한 역마진도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자산운용 관계자는 “ETF 수탁고 5조원 이내의 자산운용사의 경우 현재 ETF 전담 매니저나 본부를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인건비 등으로 인한 역마진을 당장 감내하고 있지 않지만 규모가 커져 분리 독립 법인이 될 경우 역마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ETF 투자비중은 각각 27%, 17.6%로 2011년 대비 4.5%p, 3.1%p씩 증가했다. ‘저비용 대비 높은 환금성’이 주는 매력에 외국인·기관투자자 유입의 꾸준한 증가세를 불러온 것으로 분석된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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