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곽보연기자]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21일 제34대 회장으로 재추대되면서 '2기 체제'의 막이 올랐다.
올해는 '경제민주화 ' 역풍에서 재계 대변은 물론 새롭게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와 관계 설정에도 나서야 하는 등 허 회장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는 평가다.
전경련은 이날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제52회 전경련 정기총회'에서 회원 만장일치로 현 회장인 허창수 GS그룹 회장을 제34대 전경련 회장으로 재선임했다.
재계에서는 허 회장의 연임을 유력하게 점쳤으나 허 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임기는 끝났는데, 나가는 사람이 후임을 정할 필요가 있나"면서 물러날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허 회장은 막판까지 고심한 뒤 최종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 회장이 재임을 주저한 것은 전경련을 둘러싼 제반 여건들이 취임 1기 때보다 녹록치 않은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경련은 지난 2년 간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전 방위적 압박과 쇄신 요구 속에서 재계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다는 게 재계 안팎의 평가다.
허 회장이 그 동안 느낀 부담감은 이날 취임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부족한 부분 또한 많았다"고 평가하고, "국민들이 우리 경제계의 현실을 더 잘 이해하고, 신뢰를 보내주실 수 있도록 진심 어린 소통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전경련을 보는 안팎의 시선이 곱지 않음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2기를 맞는 허창수호는 역시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지난 2011년 허 회장 취임 당시의 주된 화두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이었다면, 올해는 이 보다 더 진전된 형태의 '경제민주화' 열풍이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시민사회의 요구와 이를 실천하려는 정치권의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이다.
출범을 코앞에 둔 박근혜 정부와 관계도 새롭게 설정해야 하는 난제도 있다. '비지니스 프랜들리(business friendly)'를 외쳤던 이명박 대통령과 달리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는 '중소기업 대통령'임을 자처하고 있는 점도 재계를 긴장하게 하는 대목이다.
새 정부와의 관계가 틀어지지 않도록 유지하면서, 재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중책이 허 회장에게 주어진 셈이다. 여기에 전경련을 옹호하기보다 '총대 메기'만을 요구하며 뒷짐 지고 있는 재계의 이중적인 태도도 허 회장에겐 여전히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2기 체제 출범 직전인 지난 20일 GS그룹이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은 긍정적인 대목으로 평가된다. 10대 그룹 가운데 LG그룹과 SK, 포스코, GS 등 현재 투자규모를 확정지은 곳은 4개 그룹에 불과한 실정이다.
GS그룹은 올해 2조7000억 원을 투자하고 3000명을 신규 채용키로 했다. 이는 지난해 투자액보다 2000억원(8.0%) 늘어난 규모로, 전경련의 주요 그룹사에 투자 확대를 독려하는 점도 고려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제민주화라는 거센 시대적 요구와 새 정부와의 조화로운 협력관계 구축. 이 같은 안팎의 난제들을 허 회장이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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