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혜진기자] 코스피 지수가 2000포인트를 크게 넘나들고 있지만 증권업황이 개선될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지수 자체는 고공행진 중이지만 증권사의 중요한 '밥줄'인 거래대금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5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3.41포인트(0.16%) 오른 2016.61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중순 2000선을 회복한 후 2020선 부근에서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다. 증권가에서도 이번달 코스피 밴드를 2100선까지 전망하는 등 지수가 긍정적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반면 증권사의 주요 수익원인 거래대금은 여전히 부진한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을 통해 오간 거래대금은 모두 69조822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07년 3월(66조1319억원)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통상 코스피 지수가 상승해 증시가 활성화되면 거래대금도 함께 증가할 것이란 기대감이 형성되기 마련이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지수와 거래대금의 엇갈린 움직임을 다소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안진철 코리아에셋투자증권 이사는 "보통은 지수가 올라가면 증시가 활황이라고 보는데 요즘은 그런 분위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며 "과거에도 이같은 움직임이 있기는 했지만 최근 들어 지수와 대금의 괴리 현상이 심화된 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코스피 지수가 부진한 거래 현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은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005930)와
현대차(005380)가 차지하는 비중이 독보적이기 때문이다. 이들 시총 상위 종목의 주가가 전체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들 대형주는 대부분 펀드 형태로 기관이 대거 보유하고 있어 회전율도 빠르지 않다. 주식을 사고 파는 과정에서 나오는 거래대금을 주 수익원으로 삼는 증권사 입장에서 반가운 일은 아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매매 횟수가 빈번한 개인의 거래량이 증가하는 편이 수익성 확보 측면에서 좋다"며 "기관이 내는 수수료는 거의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승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증권사의 위탁매매 수익 비중은 개인이 65%인 반면 기관과 외국인의 비중은 합쳐서 35%도 채 되지 않는다"며 "아울러 대형주를 보유한 기관의 경우 단타매매 비율이 적고 거래량도 많지 않기 때문에 지수와 거래대금의 격차가 부각된 것"이라고 추정했다.
개인의 매매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크다. 위기 전 2000선을 넘었을 때 대량으로 샀던 주식이 폭락하면서 겪었던 과거의 경험이 일종의 '트라우마'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안 이사는 "손실에 대한 기억이 강하게 형성되면서 주식 투자에 대한 망설임이 깊어진 측면이 크다"며 "쉽게 말해 '코스피가 2000선 돌파했다는 기대감에 주식에 뛰어들었더니 바로 망하더라'는 심리가 깔려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고은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전율이 대폭 줄어들면서 주식보다 안전한 채권 쪽으로 개인의 자산이 몰리기 시작했다"며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려면 경기가 일단 호전되면서 증시가 안정적으로 상승해야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사진:한국거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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