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긴급조치 9호 위헌·무효 선언
형사보상 청구·재심청구 길 열려
2013-04-18 16:46:35 2013-04-18 16:49:06
[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대법원이 18일 '긴급조치 제9호'는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탓에 '위헌·무효'라고 선언하고 긴급조치 제9호로 처벌받은 경우 재심사유에 대한 증명이 없이도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의 이번 결정은 긴급조치 1호에 이어 두번째로 긴급조치에 대해 위헌·무효 판단 한 것이며, 면소판결을 받은 피해자와 유족에게 처음으로 형사보상청구권을 인정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에 따라 같은 피해를 입은 피해자와 유족들의 재심청구와 형사보상 청구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대법관 이상훈)는 긴급조치 제9호 위반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은 A씨의 유족이 낸 형사보상금 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6066만원을 보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폐지 되거나 실효된 형벌 법령이 당초부터 위헌이고 무효였다면 무죄사유에 해당한다"며 "긴급조치 제9호가 해제된 것을 이유로 면소판결을 받은 피고인과 그 유족은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긴급조치 제9호는 그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목적상 한계를 벗어나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거나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긴급조치 제9호가 해제 내지 실효되기 전부터 유신헌법에 위배된다"며 "청원권과 표현의 자유, 영장주의 및 신체의 자유, 학문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의 보장 규정을 두고 있는 현행 헌법에 비춰 보더라도 위헌이고 무효"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2010년 긴급조치 제1호에 대해 위헌·무효를 선언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긴급조치 제9호에 위헌·무효 선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지난달 21일 헌법재판소가 긴급조치 제9호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린 지 약 한 달만이다.
 
이와 함께 대법원은 긴급조치 제9호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경우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단도 함께 내렸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김신)는 이날 긴급조치 제9호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B씨가 낸 재심개시청구 소송에 대해 "재심사유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무효이므로 형사소송법상 재심사유 중 하나인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경우에 해당한다"며 "그 위반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다른 재심사유에 대한 증명 없이도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로써 긴급조치위반으로 유죄 확정판결을 선고받은 경우라도 법원이 위헌·무효라고 판단했다면 다른 재심사유를 증명하지 않더라도 재심청구가 가능하게 됐다.
 
대법원은 "이로써 긴급조치 관련 피해자들을 적극적으로 구제하기 위한 사법절차가 확립됐다"며 "실질적 권리구제의 길이 열리게 돼 이번 결정은 매우 큰 의미"라고 평가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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