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장기간 업황 침체에 이은 물동량 감소와 고유가 등 잇단 악재로 고전하고 있는 해운업계가 최근 ‘연비 절감’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최근 2~3년간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고, 오염물질 배출로 인한 환경문제까지 대두되면서 '연비'가 주요 키워드로 부상한 것.
해운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은 올해 세계 해운업계 연료 소모량을 지난해보다 2.2% 늘어난 12억배럴로 집계, 금액으로 1116억달러를 상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올해부터 국제해사기구가 이산화탄소 총량 규제 제도인 '선박제조연비지수(EEDI)' 채택을 의무화하면서 친환경 고연비 선박인 '에코십(Eco-ship)'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선박제조연비지수(EEDI)는 1톤의 물건을 싣고 1해리(海里)를 운송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표시하는 지수로, 400GT 이상의 선박부터 적용된다.
규제의 의무화로 올해부터 새로 건조하는 선박에 EEDI 기준이 적용되고, 2015년 10%, 2020년까지는 이산화탄소 20%를 감축해야 한다. 조건에 충족하지 못할 경우 선박 운항이 전면 금지된다.
이와 함께 오는 2015년 1월1일부터는 배출규제지역(ECA)을 운항하는 선박은 벙커C유의 황 함유량을 0.1% 이하로 낮춰야 하는 'SOx 배출규제'가 전면 실시된다.
LA, 로테르담, 함부르크 등 전 세계 주요 항만이 에코십 보유를 기준으로 항만비를 할인해주는 환경선박지수(ESI)를 도입한 점도 해운업계가 에코십과 연비에 관심을 갖게 만든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국내 해운업계는 다양한 연비 절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최첨단 기술을 선박에 적용시키고, 운항 속도를 늦추는 등 연료 효율 높이기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한진해운(117930)은 선박의 항해 속도를 경제적인 수준으로 맞춘 에코 스티밍(Eco Steaming)을 적용 가능한 전 구간에 도입하는 한편 경로 최적화(Route Optimization) 시스템을 통해 모든 선박의 운항 노선을 최단거리로 설정, 선박 운영 시간과 비용 효율성을 높였다.
또 친환경 전자제어 엔진을 사용해 연비를 향상시키고, 실리콘계 도료(페인트)를 선체 외부에 사용함으로써 선체의 마찰저항을 감소시키는 등 선박에 첨단 기술을 적용시키고 있다.
이외에도 세계 주요 기항지의 유가를 수시로 파악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로테르담, 싱가포르 등의 지역에서 연료(벙커C유)를 급유해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저속 운항에 맞춰 개조된 현대브레이브호 구상선수의 모습 (사진제공=현대상선)
현대상선(011200)은 이달 초 선박의 연료 효율을 높이기 위해 86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현대브레이브호의 구상선수를 개조했다. 구상선수는 선박의 전면 하단부로, 선박 주변과 마찰저항을 일으키는 파도를 상쇄하는 역할을 한다.
이 배는 건조 당시 고속 운항(27노트)을 염두에 두고 설계됐지만 고유가로 연비 효율성이 중요해지면서 이번에 저속 운항(18노트)에 맞게 개조됐다.
현대상선은 이번 개조 작업으로 현대브레이브호의 연료 효율이 약 3% 가량 개선돼 연간 60만달러(약 6억7800만원) 상당의 연료를 절감할 것으로 기대했다.
현대상선은 현재 현대브레이브호와 같은 등급의 컨테이너선 3척을 추가로 개조하고 있으며, 이르면 상반기 내에 개조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4~5년전 까지만 해도 컨테이너선 등 대형선박들은 속도를 높여 운항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지만 최근에는 유가 상승과 물동량 감소로 경제속도(17~18노트)를 지켜 연비를 절감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연비 절감을 위해 다각도로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박무현 이트레이드증권 책임연구원은 "최근 전 세계 해운시황이 연비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중고선 시장에서 연비가 우수한 벌크선이 인기를 끌고 있고, 선령보다는 연비를 중심으로 시세가 형성되는 추세"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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