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29일 국회에선 대기업의 '힘'이 새누리당을 움직여 경제민주화 공약의 발목을 잡는 모습이 그대로 연출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법안소위에서 넘어온 ‘하도급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않았다. 하도급법 개정안은 대기업의 징벌적 손해배상 범위와 책임을 확대하는 것이다.
정치권은 하도급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일감몰아주기 규제, 전속 고발권 제도 개선 등 다른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순차적으로 처리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은 하도급법 개정안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며, 법안심사소위로 되돌려 다시 논의하자고 요구했다.
하도급법 개정안이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새누리당•민주당 6인 협의체에서 합의했던 83개 법안들은 법사위에서 논의되지도 못했다.
83개 법안 중에는 부당내부거래 규제 강화, 금융회사 지배구조, 소상공인 보호 등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포함돼 있다.
법사위는 오는 30일 회의를 재개할 예정이지만 하도급법이 통과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민주당 소속의 박영선 법사위원장은 “여야 대표가 이견을 조율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법안을 법안심사소위로 보내자는 것은 법사위를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경제민주화 법안을 축소시키겠다는 뜻을 이날 경제계에 전달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경제5단체 부회장단들과 만나 경제민주화 법안으로 기업들이 투자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된다는 우려를 전달받자 “기업들이 옛날하고 달라진 분위기로 투자를 주저하는 듯한 성향이 보여진다. 충분히 이해한다. 앞으로 상황이 바뀔 거라는 것을 염두하고 투자계획을 세워달라”고 답했다.
이날 경제5단체 부회장단은 법사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과도 만나 같은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민주화 공약은 박 대통령의 대선 핵심 공약이었다.
그러나 인수위 국정목표에서 ‘창조경제’의 하부 계획으로 격하되면서 축소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박 대통령이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국회 상임위 차원이지만 공약 내용이 아닌 것도 포함돼 있다. 과도한 대기업 때리기로 무리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며 국회에서 논의중인 경제민주화 법안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후 새누리당 내부에서 경제민주화 속도 조절론이 힘을 받으며, 국회에서 경제민주화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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