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유럽연합과 브릭스(BRICs)에 이어 동남아시아가 새로운 시장으로 떠올랐다. 국제경기 침체에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은 성장세를 기록해서다. 특히 이 지역은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우리의 주요 수출국이다.
그러나 화교를 앞세운 중국과 인프라 구축에 뛰어든 일본의 견제가 매섭다. 우물쭈물 하면 새 시장을 잃을 수 있어 아세안에 대한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6일 산업통상자원부는 통상추진위원회 실무회의를 열고 아세안의 역내포괄적동반자협정(RCEP)과 한-아세안 FTA 추가 자유화 등을 논의했다. 정부가 아세안 문제로 통상회의를 연 것은 그만큼 이곳이 전략적으로 중요해졌음을 뜻한다.
20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07년 한-아세안 FTA 체결 후 아세안은 우리의 주요 수출국으로 급부상했다. 2002년 우리나라 전체 수출(1624억달러)에서 아세안의 비중은 11.3%(184억달러)였지만, 2012년에는 전체 수출(5478억달러) 중 14.4%(791억달러)를 기록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 비중>
(사진제공=삼성경제연구소)
현재 아세안은 인구 6억여명의 소비시장과 풍부한 지하자원을 보유했다. 최근에는 FTA 상대인 한국, 중국, 일본, 호주, 인도 등과 RCEP까지 추진하고 있어 예정대로 2015년쯤에 RCEP가 성사되면 세계 GDP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거대 경제권이 생겨난다.
그러나 중국과 일본의 견제가 만만찮다. 중국은 화교 네트워크를 활용해 아세안의 맹주를 지키고 있다. 태국의 화교기업 CP그룹이 대표적이다. 농업과 정보통신, 무역 등 산업 전반을 장악한 CP그룹은 중국 상하이 자동차와 합작해 내년부터 자동차를 생산한다.
일본 역시 자동차 공장 설립 등으로 인프라와 자원개발 분야를 장악해 시장지배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일본무역진흥기구에 따르면 2011년 아세안에 대한 일본의 외국인직접투자(FDI)는 196억달러로 중국·홍콩에 대한 FDI(140억달러)보다 더 많았다.
이에 따라 정부의 대책 마련과 전략적 선택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일본이 인적 네트워크와 인프라 구축으로 유통·소비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당장 소비재 수출 정책을 펼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고 조언했다.
김경훈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단기간에 중국과 일본을 따라잡기는 어렵다"며 "라오스나 캄보디아 등 아세안에서도 비교적 후진국을 대상으로 통신, 전력, 수처리 분야의 인프라 개발 사업을 지원하며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아세안이 신흥시장으로 부상했지만 국가별 격차가 커서 맞춤형 전략을 사용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또 중국 등이 시장을 선점한 곳보다는 후발국가인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등을 먼저 공략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 대 기업 간의 교류는 많지만 경제단체나 개별 업종 단체와의 교류는 없어 정부가 민간부문의 교류를 적극적으로 장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번순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경제단체 등의 체계적인 교류와 협력으로 산업협력을 추진하자"며 "비즈니스 포럼을 열고 화교 네트워크와 협력체를 구성하는 방안 등을 통해 아세안의 정보와 지식을 전체적으로 공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RCEP 협정과 맞물려 진행되는 한-중-일 FTA 체결에 대해서는 FTA를 먼저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통상정책은 이익과 손실을 구체적으로 비교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세계 최대 시장은 중국이고 성장세가 가장 높다"며 "중국과 FTA를 맺으면 앞으로 중국을 등에 업고 다른 무역협정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RCEP는 현실적으로 너무 많은 국가(16개국)가 모이기 때문에 협상에 난항을 겪거나 FTA보다 무역 자유화 수준이 낮을 수 있다"며 "중국과 일본도 RCEP 참여 대상이므로 이들과 FTA를 맺고 RCEP에 들어가는 게 더 현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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