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수사와 관련해 법무부와 검찰간 이견에 따른 갈등이 감지되고 있다.
3일 검찰 등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중간수사 내용을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게 보고했다.
주요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법무부와 대검 모두 밝히지는 않았으나 그동안의 수사결과와 함께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 부장)의 수사진행 상황을 보면, 원 전 원장에 대해서는 '댓글작업 지시' 등에 따른 국정원법 위반 및 공직선거법 위반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또 김용판 전 청장에 대해서는 직권남용 등의 혐의 적용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대검은 이같은 사항을 지난달 27일 원 전 원장에 대한 검찰의 2차 소환조사 직후 법무부에 보고했다. 대검 관계자는 이 보고가 "주요사건에 대해서 보고하도록 되어 있는 검찰보고사무규칙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요사건의 처리에 대해서는 보고와 함께 법무부가 의견을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그러나 수사에 대한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그동안 속도감있게 내닫던 이번 수사가 최근 갑작스레 지지부진해진 이유가 법무부, 특히 황 장관이 원 전 원장이나 김 전 청장의 사법처리에 대해 검찰과 다른 의견을 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이번 사건을 수사하면서 5월 한달 동안 국정원과 서울경찰청을 전격 압수수색하고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을 각각 두 번씩 소환조사했다.
◇원세훈 前국정원장 지난 4월30일 새벽 검찰 소환조사를 받고 귀가하고 있다.
또 대량의 압수물과 증거물들을 분석하면서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상당한 수준의 증거를 이미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원 전 원장이 두 번째로 다녀간 지난달 27일 이후, 즉 대검이 중간수사 내용을 법무부에 보고한 이후 수사속도가 확연히 느려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에 대한 공소장 작성에 들어갔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수사가 진행될수록 혐의가 짙어진 두 사람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금까지 검찰 안팎에서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이같은 분석은 설득력이 적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소장을 미리 작성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검찰도 "수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법리 검토 중"이라고 현재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한 검찰 핵심 간부는 "공직선거법 의율문제는 검토 중으로,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증거법상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여전히 원 전 원장 등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혐의 적용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실무 수사검사들과 수사 지휘라인이 적용 혐의를 두고 갈등을 겪고 있다는 말까지 돌았으나 검찰 핵심 관계자는 "결론을 내는 과정으로, 갈등은 없다"고 못 박았다.
이 사건의 공소시효 만료일은 이달 19일로 앞으로 보름밖에 안 남았다. 관련자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등 사법처리와 함께 증거물 보강, 공소장 작성 등 앞으로 남은 절차를 따져 보면 많지 않은 시간이다. 더욱이 검찰은 스스로도 "아직은 수사 중간단계"라고 하고 있어 시간은 더 촉박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법무부, 특히 황 장관이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에 대한 검찰 의견에 제동을 걸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더욱 커져가고 있다.
검찰 등의 해명대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지휘 정도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의견제시를 유보한 상태로 사건을 잡아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온다.
검찰이 원 전 원장 등에 대해서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해 유죄가 나온다면 지금의 박근혜 대통령 대선 승리에 대한 정당성이 크게 훼손될 위험이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당선무효소송 제기라는 헌정 이래 초유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한편 법무부 관계자는 이날 "이번 사건에 대해 대검이 통상의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보고해 오고있다"며 "구체적인 사항은 수사 중인 사항으로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 역시 "통상적 보고사항이었다"며 "법무부로부터 무슨 내용의 의견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 밝혀 원 전 원장 등에 대한 검찰의 사법처리에 대해 법무부의 이견 제시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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