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앎은 사랑의 첫걸음이다. 흔히들 고루하거나 어려운 음악으로 여기는 클래식도 마찬가지다. 날 때부터 클래식 애호가, 마니아인 사람은 없다. 우연한 순간에 클래식 선율을 접하며 느낀 감동을 그냥 흘려 보내지 않으려는 마음이 중요하다. 마음 먹고 알기 위해 찾아 다니다 보면 높게만 느껴지는 진입장벽도 생각보다 손쉽게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잘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주위에 물어볼 사람이 없다면 책의 힘을 빌려보자. 보자르 트리오로 활동했고, 우리나라에도 2010년 내한했던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호프가 쓴 <박수는 언제 치나요>는 클래식 초보 관객에게 길잡이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책 중 하나다.
(사진제공=문학세계사)
작가가 ‘과연 20년 뒤에도 클래식 콘서트가 존재할까?’라는 위기의식에서 썼기 때문인지 업계 인사이더의 책답지 않게 무척이나 친절하다. 속도는 늦더라도 차근차근 클래식 음악에 대해 알아가고 싶은 사람, 클래식 음악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업계의 제반 조건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싶은 사람뿐만 아니라 클래식 음악과 공연에 대한 이런 저런 불만이 있는 사람에게도 추천할 만하다. 이 책은 시작부터 끝까지 여러 각도로 클래식 음악과 공연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자극하며 오해와 편견을 풀어나간다.
책 전반에 걸쳐 클래식 음악을 다루지만 저자가 좀더 구체적으로 집중하고 있는 것은 클래식 콘서트다. 음반으로 듣는 것과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는 것은 명백히 다르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는 현직 바이올리니스트로서의 지식과 경험을 클래식 초보의 시각에서 녹여내며 본격적인 설득작업에 나선다. 태어나서 한 번도 공연장에 가본 적 없는 친구들, 택시기사와의 대화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중요한 실마리가 된다. 저자의 재치 있는 입담을 따라가다 보면 ‘박수는 언제 치나요?’라는 책 제목처럼 너무나 사소해서 누구에게 묻기도 애매했던 궁금증까지 저절로 풀린다.
클래식 공연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두루 다루며 꽤 깊이 있는 정보를 다룬다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어쿠스틱이 좋은 세계 유수의 공연장, 악기의 가격, 특정 악기에 대한 편견, 악기 운반 방법에서부터 고전음악과 현대음악의 구분, 음악에서 템포가 중요한 이유에 이르기까지 속 시원히 설명한다. 간략하지만 핵심적인 설명 후에는 반드시 독자를 안심시키는 말이 붙는다. 이런 정보를 전혀 몰라도 음악을 듣고 느끼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흥미로운 것은 클래식 공연장에 모여드는 여러 유형의 ‘사람들’에게 주목한다는 점이다. 먼저 청중 중에서 클래식은 부자들의 음악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 클래식 음악을 한번도 공연장에서 들어본 적 없는 사람들, 클래식은 따분하다며 록에 열광하는 젊은 세대들과 직접 대화를 시도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한다. 설득은 그 다음의 일이다. 이 밖에 연주회가 시작되기 전 음악가들이 느끼는 긴장감, 앙코르 곡을 고르는 솔리스트의 입장, 여성연주자에 대한 유명 오케스트라의 선입견, 준비과정에서 오는 불화와 스트레스, 지휘자가 오케스트라에 영감을 불어넣는 방식 등 클래식 음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속내도 가감 없이 소개한다. 거장 작곡가들의 유명한 어록, 오케스트라 내에서 자주 주고받는 농담 모음, 지휘자를 유형별로 나눠 놓은 부분은 독자의 흥미를 돋우면서도 음악가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낳는다.
책의 내용이 매끄럽게 흐르는 것은 아마도 바이올리니스트인 다니엘 호프 외에 NDR(북독일 방송) 라디오의 문화부장을 지내고 현재 작가 겸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는 볼프강 크나우어의 필력이 뒷받침 된 덕분일 것이다. 독일에서 공부한 전문번역가 김진아의 번역도 전반적으로 자연스럽다. 클래식 공연에 대한 애정 어린 시각에서 만들어진 이만한 입문서, 찾기 쉽지 않다. 다니엘 호프의 공연 말고도 다음 책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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