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티켓다방업주들이 여종업원을 고용하면서 먼저 지급하는 이른바 '선불금'은 갚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티켓다방의 선불금이 윤락행위를 계속하게 만드는 불법원인급여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김모씨(25·여)와 조모씨(26·여)가 다방업주 박모씨(45)를 상대로 "선불금 지급의무가 없다"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승소 취지로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 등은 결근하거나 지각할 경우 피고에게 지급하는 고액의 결근비 등 때문에 선불금을 갚지 못했고, 결국 이로 인해 윤락행위를 계속할 수밖에 없었으므로 피고가 지급한 선불금은 지속적인 윤락행위의 원인이 되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또 "김씨 등과 피고들 사이의 관계나 업무여건 등 사정을 종합해볼 때 김씨 등으로서는 선불금반환채무와 여러 명목의 경제적 부담이 더해지는 불리한 고용조건 탓에 윤락행위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피고는 이를 조장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의 선불금은 원고들의 윤락행위를 전제로 한 것임에 비춰 볼 때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가 명백함에도 이와 달리 선불금 대여행위가 유효하다고 판단한 원심 판결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김씨 등은 2009년 2월부터 박씨가 김해시에서 운영하는 티켓다방에서 일하면서 선불금 명목으로 각각 2000만원~2200만원씩 받고 같은 해 4월까지 갚기로 법무법인에서 공정증서를 작성했다.
김씨 등은 이후 다방에서 티켓을 끊어 주문하는 손님들을 상대로 차배달을 나가 윤락행위를 했는데, 일을 그만두고 싶어도 매월 재료비 30만원에, 결근할 경우 결근비 25만원, 지각할경우 시간당 2만원의 지각비를 내느라 선불금을 갚지 못해 그만두지 못했다.
박씨는 공증받은 날짜까지 김씨 등이 선불금을 갚지 않자 공증에 근거해 돈을 갚을 것을 청구했고, 김씨 등은 박씨가 선불금을 빌미로 자신들을 계속 잡아두면서 성매매를 시켰기 때문에 선불금은 불법원인급여로 갚을 의무가 없다며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김씨 등의 청구를 받아들였으나 2심 재판부는 "윤락행위는 김씨 등이 스스로 결정한 것이고 박씨가 윤락행위와 화대를 관리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불법원인급여로 볼 수 없다"며 기각했다. 이에 김씨 등이 상고했다.
◇대법원(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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