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한때 국내 피자 시장을 선도했던 미국 피자 브랜드들이 시대 변화에 각기 다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 국내 1세대 피자 전문점인 한국피자헛은 회생 절차에 돌입했고, 도미노피자와 파파존스는 명맥을 이어가고 있지만 수익성은 크게 떨어진 상태입니다. 시장 환경과 사람들의 입맛이 변하면서 피자 브랜드의 호황은 과거의 영광으로 남은 모습입니다.
한국피자헛은 지난 16일 서울회생법원에서 기업회생절차 개시 명령을 전달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최종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은 내년 3월 20일이며, 법원이 계획안을 검토한 후 회생 인가 여부를 결정합니다.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파산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부 피자헛 가맹점주들이 제기한 차액가맹금 반환소송과 관련해서는 항소심 판결 선고에 대한 대법원 상고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9월 한국피자헛이 가맹점주 94명에게 약 21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한국피자헛 관계자는 "향후 진행될 회생절차 진행 기간 동안 법원 감독에 따라 가맹본부 경영을 정상화하고, 가맹점주와 함께 가맹점 수익 개선에 나섬으로써 지속가능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며 "전국 피자헛 330여개 매장은 정상적으로 영업하고 있으며, 소비자분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피자헛을 주문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피자헛은 지난 1985년 서울 이태원 1호점을 시작으로 2004년 300호점을 달성하며 국내 피자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이어왔는데요. 한국에 피자 문화를 전파한 브랜드이자 1세대 피자 프랜차이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장 경쟁 격화와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피자헛은 내리막길을 걷게 됐습니다. 피자헛의 연매출은 전성기인 2003년 3000억원을 돌파한 적도 있으나, 2020년 1197억원에서 지난해 869억원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영업이익은 2020년 56억원에서 이듬해 4억원으로 축소됐고, 2022년 약 2억6000만원의 영업손실을 낸 뒤 지난해 45억원으로 적자 폭은 크게 늘었습니다.
다른 브랜드들은 매출 향상 또는 유지 중입니다. 다만 원부재료 가격 상승과 배달 시장 성장 등으로 수익성은 크게 떨어진 상태입니다.
한국파파존스는 2014년 연매출 288억원에서 2015년 327억원, 2020년 525억원, 2023년 681억원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반면 영업이익은 2021년 63억원에서 2022년 48억원, 지난해 42억원으로 감소세에 있습니다. 한국파파존스는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 '마마치킨'을 론칭하는 등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도미노피자를 운영하는 청오디피케이의 경우 2016년부터 2000억원대 연매출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매출은 2020년 2328억원에서 2022년 2071억원까지 떨어진 뒤 지난해 2095억원으로 반등했습니다. 영업이익은 2020년 165억원에서 2022년 11억원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51억원을 나타냈습니다.
전문가들은 피자 프랜차이즈 사업 자체가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피자 브랜드 다양화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것은 물론 저렴하고 맛과 품질이 개선된 냉동 피자가 경쟁자로 떠오르며 프랜차이즈 피자 사업 여건이 녹록지 않은 것이 현실이죠.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건비와 배달앱 수수료 등을 고려하면 피자 프랜차이즈 업체의 객단가는 2만~3만원이 나와줘야 한다. 냉동 피자는 1만원 안팎 수준에서 살 수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브랜드 피자 가격은 비싼 감이 있다"면서 "먹거리가 다양해지고 각종 브랜드들이 생겨나면서 피자 자체에 대한 메리트가 약해진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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