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경진기자]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본이 공개돼 파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월 미국 방문 당시 비무장지대(DMZ)에 세계평화공원을 조성하겠다고 한 발언이 주목받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한다는 발언을 했다는 게 새누리당의 공세 배경이었지만 이날 공개된 발췌본에는 그러한 내용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북한이 주장하는 군사경계선과 남측이 주장하는 북방한계선의 사이에 있는 수역을 공동어로구역, 혹은 평화수역으로 설정할 것을 합의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는 10.4 정상회담 합의문에서 이미 공개된 내용으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하고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을 설정하자는 등의 내용이다.
새누리당이 최근 정상회담 발췌록을 확인했다면서 'NLL 포기'를 이슈화시킨 것은 남북 정상이 NLL을 현재 상태로 유지하는 한편 평화수역을 만들어 양측이 관계개선을 도모하자고 말한 대목을 이념적으로 과잉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당의 주장대로 서해평화협력지대를 만들자고 했던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NLL을 포기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박 대통령의 DMZ 평화공원 발언 역시 군사분계선 포기 발언으로 해석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방미 기간 중 미국 상하원 합동의회 연설에서 "DMZ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중무장된 지역이 됐다"며 "남북한 만이 아니라 세계와 함께 풀어야 하고 이제 DMZ는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진정한 비무장지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한반도 신로 프로세스를 유지해 나가면서 DMZ 내에 세계 평화공원을 만들고 싶다"면서 "그곳에서 평화와 신뢰가 자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분쟁지역을 평화지대로 바꾸고자하는 노 대통령의 평화수역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이처럼 여당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으로 수세에 몰리자 국면 전환을 위해 묻지마식 기록 폭로에 나오는 것은 자승자박이 되고 있다.
노 대통령은 분쟁가능성이 상존하는 서해의 갈등 구조를 변화시키려 했던 것이며 이를 NLL 포기로 받아들인다면 '변화'를 '포기'로 이해하는 무지를 드러낸 것이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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