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은 15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낮춰 2.0%로 조정했다.
지난해 10월부터 3차례에 걸쳐 금리를 1.75%포인트 인하한 ECB는 이날 금융시장 불안이 재발한 가운데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정례 금융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005년12월 이후 최저 수준인 2%로 추가 인하했다.
장-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유로존의 물가가 안정을 되찾았고 경기는 악화되고 있어 금리를 인하했다면서 그러나 내달에는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리셰 총재는 "중기 물가안정에 대한 위험이 대체로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판단한다"면서 "인플레이션 압력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통계기관인 유로스타트(Eurostat)는 이날 유로존(유로화 사용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에 비해 1.6%상승하는 데 그쳐 ECB의 물가안정목표인 2%를 밑돌았다고 발표했다. 유로존 물가상승률이 1.6%를 기록한 것은 2006년 10월 이후 2년 2개월 만에 처음이다.
그는 또 "유로존이 금융 혼란의 악화로 심각한 경기 하향세를 나타내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경기 하방위험이 여전히 명백히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리셰 총재는 ECB가 적어도 오는 3월까지는 기준금리 변경에 관한 결정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당장 내달 회의에서는 금리를 동결할 것임을 분명히했다.
ECB는 당초 지나치게 급격한 금리인하에 대한 부작용을 감안, 이번달에는 금리동결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들어 각종 경기지표가 일제히 침체 쪽을 가리키면서 추가 금리인하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일본은행이 사실상 제로금리를 선언했고 1주일 전 회의를 연 영국의 잉글랜드은행(BOE)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해 1694년 은행 창설 이후 315년 만에 최저인 1.5%로 낮춘 것도 ECB의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ECB가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유지할 경우 그렇찮아도 타격을 받고 있는 유로존 경제가 유로화의 강세로 더욱 위축될 것이기 때문이다.
유럽의 소비자신뢰지수와 기업신뢰지수는 EU 집행위원회가 23년전 통계작성을 시작한 이후 최저치까지 떨어진 상태이며 지난해 11월 유로존의 실업률은 2년만에 최고인 7.8%를 기록했다.
유니크레티트 마켓스의 아우렐리오 마카리오 수석연구원은 AFP 통신에 "현 상황에서 0.5%포인트 금리인하는 경제가 필요로 하는 것인 동시에 물가전망이 허용하는 수준"이라면서 "이제는 ECB가 향후 수개월내에 금리를 2% 미만으로 낮출 것이냐는 것이 관심사"라고 말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내달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트리셰 총재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의 정도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점을 들어 ECB가 결국 올해 중반에는 금리를 1%까지 낮출 것이며 연말에는 미국이나 일본처럼 0%대까지 진입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베를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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