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익환기자] 정부가 자동차 급발진 여부와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급발진 공개 재현실험을 진행했다.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해 공개로 진행됐지만 실험 결과의 신뢰성은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6일부터 27일까지 경기도 화성시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급발진 상황을 재현한 공개 실험을 실시했다.
이번 실험은 지난해 5월부터 민관 합동조사반에서 급발진 추정사고 6건을 조사한 결과, 차량의 결함이 발견되지 않음에 따라 마련된 것이다.
특히 국토부는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학회와 시민단체, 정비업계, 국회, 언론계 등 각계 추천을 받아 16명으로 구성된 '급발진 재현실험 평가위원회'를 꾸렸다.
이번에 실시된 재현실험은 지난 4월 공개 모집한 재현실험 제안서 중 위원회가 심의 확정한 6건과 최근 언론에 보도된 2건 등 모두 8가지의 상황을 가정해 진행됐다.
공개실험 재현 상황으로는 ▲엔진제어장치(ECU) 내부 습기▲배터리 차체접지에 의한 전기장 문제 ▲ECU 부하에 따른 프로세스 처리지연 ▲연소실내 카본퇴적 ▲전기적, 전자적 오류 ▲가속페달 오조작 ▲가속페달센서(APS) 전압 인가 ▲스로틀바디 강제 개방 등에 의한 급발진 가능성이다.
먼저 가속페달의 센서에 정전기 등 이상현상으로 급발진이 발생하는지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한 결과, 가속페달 2개의 센서에 각각 다른 전압을 공급했지만 ECU에서 고장을 감지해 저속운행으로 전환되고 급발진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급발진이 제동페달과 가속페달을 동시에 작동했을 경우 제동력이 상실되고, 급발진이 발생하는지 확인하는 실험에서도 저속운행으로 전환될 뿐 급발진 상황은 재현되지 않았다.
그 외 재현실험 결과 역시 급발진은 일어나지 않았고, 급발진으로 추정할 수 있는 현상 또한 나타나지 않았다. 단 가속페달센서 전압 인가 실험의 경우 상황 재현에 어려움이 있어 실험 포기를 선언했다.
평가위원회 한 관계자는 "이번 재현실험은 급발진 가정 상황을 공개 모집해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해 진행했다"며 "이번 실험 결과 급발진으로 추정할 수 있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급발진 공개 재현실험 현장 모습.(사진=신익환기자)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공개 재현실험의 신뢰성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급발진과 관련한 다양한 우려와 의심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자동차 전문가로 구성된 공식적인 연구단체와 기관이 설립돼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기존에 급발진으로 추정되는 사고들이 주행 중에 일어난 경우가 많은 반면, 이번 공개실험에서는 정차된 상태에서 상황을 재현한 후 발생 여부를 판단해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재현 실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급발진은 수만분의 1 가능성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몇 가지 상황을 가정한 실험을 해서 원인을 규명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충분히 많은 사례를 통해 검증하지 않는다면 앞선 중간 조사 결과 발표 때와 마찬가지로 논란만 남기고 끝날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급발진 공개 재현실험 결과를 제3기관에 맡겨 신뢰성 검증을 마친 후 급발진 평가위원회의 공식적인 업무를 종료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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