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정부에게 '급발진 규명' 의지가 있을까
2013-06-28 14:30:39 2013-06-28 14:33:29
[뉴스토마토 신익환기자] "그걸 쉽게 알 수 있었다면 벌써 원인이 밝혀졌겠죠."
 
"계속되는 조사에도 급발진 발생 여부를 확인할 뚜렸한 증거를 찾지 못하는 이유가 뭐냐"는 기자의 질문에 급발진 재현실험 평가위원회 한 관계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관련 전문가들도 급발진과 관련해 여전히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6일과 27일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급발진 공개 재현실험'을 실시했다.
 
이번 실험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든 재현실험 상황을 공개로 모집했다는 것이다.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라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국토부는 전문가들과 일반인들을 상대로 급발진 재현실험 상황을 공개 모집했고, 이 중 중복되는 실험을 제외한 6가지 상황을 확정했다. 여기에 최근 언론에서 보도됐던 2가지 상황도 추가됐다.
 
먼저 차내에 가습기를 설치하고 엔진제어장치인 ECU에 직접 물까지 뿌렸다. 유독 세차장에서 급발진이 많이 일어나 그 상황을 재현한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 시동만 꺼지고 급발진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어 지난 2009년 미국에서 일어난 도요타 급발진의 원인으로 제기된 '가속 페달 센서 오작동' 실험도 진행됐다. 하지만 이 실험 역시 엔진 출력 이상 등 변화는 없었다.
 
그 외 지난 11월 주행 중 급가속해 큰 사고가 일어났던 BMW 사고도 재현됐다. 주행 중 브레이크 등이 켜졌다는 단서에 따라 가속페달과 제동페달을 동시에 밟았지만 급가속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처럼 국토부는 그간 제기됐던 사항들은 바탕으로 재현실험을 진행했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의혹이 해소될 수 있도록 공개 모집을 통해 진행한 부분에 있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해주고 싶다.
 
하지만 이번 공개 재현실험에 몇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먼저 평가를 진행하는 관계자들이 이미 이론적으로 급발진이 발생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가진채 실험을 진행한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이다.
 
한 평가위원은 "ECU에 물을 뿌리는 실험은 핸드폰을 물에 넣은 후 작동되는 지 여부를 시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론상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실험"이라며 "이처럼 말도 안되는 실험까지 진행한 것은 국민들의 궁금증과 의혹을 최대한 풀어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이론상으로 정리를 끝낸 셈이다.
 
이런 모호한 답변때문에 급발진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결과를 미리 정해놓고  '보여주기식' 실험을 진행한 것이라는 의혹들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어진 최종 브리핑에서 한 관계자는  "이번 실험 결과 급발속은 물론 아무런 단서를 찾지 못했다"며 "지금의 기술(높은 기술력)에서는 급발진이 일어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진행한 8건의 재현실험 결과로 급발진이 일어날 수 없다고 결론 지은 것은 성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지금의 연구 기술로는 피해자가 매년 발생하는 미궁의 급발진 의심 사고를 규명하기 힘든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특히 이번 실험은 한계가 있다. 급발진 발생이 다양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만큼 일회성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닌 더욱 많은 가능성을 연구하고 이를 재현하는 식으로 급발진 원인을 찾아내기 위한 노력들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최근에도 급발진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수 만분의 1이라는 극히 적은 가능성이지만 국민들의 목숨이 위태롭다면 정부는 적극적으로 원인 규명에 나서야 한다.
 
정부나 차량제조사 등 모두가 급발진과 관련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져야 할 것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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