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금융기관들이 111개 건설사, 중소 조선사에 대해 등급 재조정 작업에 돌입했다.
당초 의도와는 달리 채권금융기관들이 '퇴출'없이 '회생'위주의 결정을 내리면서 '구조조정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진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당국은 은행권에 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구조조정(워크아웃) 대상인 C등급 이상을 늘릴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111개 건설·중소 조선사에 대한 신용위험을 평가한 결과 퇴출 대상인 D등급을 받은 곳이 없는 것으로 잠정적으로 확인됐다.
특히 워크아웃 대상인 C등급을 받은 곳들도 건설사 10∼13개사, 조선사 2∼3개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국내 시공능력 순위 100위 이내 건설업체 중 94개사를 분석한 결과 13곳이 워크아웃, 3곳이 퇴출 대상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의 평가와 달리 은행들이 퇴출 대상 선정을 못하자 금융당국은 지난 15일 오후 채권은행들에 '기타항목'을 조정해 C등급 업체 수를 늘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는 초기에 부실을 제거하지 못하고 추후 부실이 커져 은행권 부담이 커질 경우 은행의 책임론이 크게 일기 때문에 좀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등급 점수를 과감히 삭감하라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B등급으로 분류된 기업이 수개월 내에 부도위기에 빠질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은 은행이 져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모은행 여신심사책임자도 "사실상 은행이 지원을 해야하는 B등급을 받은 기업들도 결코 양호한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구조조정에서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고 밝혀 사실상 퇴출기업이 더 많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처럼 맥빠진 채권금융기관의 건설사 구조조정 방침은 '은행부터 살고 보자'는 내부 심리도 깔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주택담보대출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등 부동산관련 대출 비중이 높은 한국의 은행 여신 구조상 '건설사 퇴출'이 '은행권 부실'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이번 건설사 신용평가는 명목상 건설사를 살리기 위한 것이지만 사실상 더 큰 유동성 위기를 맞고 있는 금융권이 우선 살고보자는 의도가 내부에 깔려 있다"고 말했다.
만약 금융기관들이 건설사들을 무더기로 퇴출시킬 경우 PF대출의 부실화가 고스란히 금융기관으로 되돌아 올 가능성이 크고 퇴출판정 받은 건설사의 대출금 상환 연장이 불가능해 금융기관의 동반 부실화를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이 밖에 채권금융기관들의 '밋밋한'구조조정 방침 이면에는 퇴출 건설업체가 생길 경우 대한주택보증 등의 주택보증부실화와 아파트 입주지연 등 입주예정자들의 피해에 따른 가계 부실화 가능성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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