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경진기자] 남북관계 악화로 개성공단 운영중단 사태가 3개월 넘게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공단 입주기업들이 3일 공장설비 이전 방침을 밝혔다.
갈수록 불어나는 피해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한 기업들이 '철수불사'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안타깝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개성공단 기계전자부품소재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성공단 운영중단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기계부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더 기다릴 수 없다"면서 정부는 빠른 시일 내에 공단의 가동여부를 결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대책위는 정부의 결정이 나오지 않을 경우 공장 설비를 국내외 지역으로 이전할 수밖에 없다면서 공장설비 이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와 정부의 지원책 등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개성공단 운영중단 사태를 유발한 정부를 향해 기업들의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한 입주기업 관계자는 "상황이 이렇게 된데에는 정부의 책임이 분명히 있다. 정부가 우리를 불쌍히 여겨줘서 책임지라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투자보장을 믿고 투자한 데 따른 책임을 지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정부는 구체적인 대책이나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통일부는 개성공단기업 중대발표에 대한 정부 입장 발표문을 통해 "북한 당국의 일방적인 조치로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된 지 3개월이 지났고, 이로 인해 우리 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정부는 남북 당국간 대화를 통해 우리 기업들의 어려움이 하루 속히 해결될 수 있기를 기대하였으나, 아직까지 북한이 남북 당국간 대화에 응하지 않음으로써 기업들의 피해가 누적되고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북한 탓만 되풀이했다.
아울러 "정부는 오늘 개성공단 ‘기계·전자 부품 소재 기업’들이 발표한 내용을 심층 검토한 후 대응방안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는 원론적인 대책만 덧붙였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함에 따라 공단 설비 철수 강행과 정부와의 마찰 등 극단적인 상황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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