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STX그룹 사외이사(감사위원 포함)들이 줄줄이 퇴임하면서 인력 구조조정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주요 계열사들이 자율협약 또는 법정관리 등 경영 정상화를 위한 수순밟기에 돌입하면서 다음 수순인 인력 구조조정의 태풍이 몰아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낙하산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산업은행 출신 사외이사들이 대거 퇴임하면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앞두고 미리 발을 빼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은 STX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으로, 그간 STX그룹 주요 계열사 사외이사에 산업은행 출신 임직원이 다수 임명되면서 의혹이 불거졌다. STX그룹은 경영악화에 따른 재무적 위험을 피하기 위해 무리수를 무릅쓰고 이들을 대거 포섭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STX사옥(사진제공=STX)
이중 산업은행 출신 사외이사는 절반이 넘는 7명. 산업은행 부총재를 포함해 모두 요직에 있던 인물들이다.
지난 3월20일 STX조선해양 이윤우 사외이사(산은 부총재 역임)를 시작으로 남국환 STX중공업 사외이사(윤리준법실 내부통제관리역 역임), 이성근 STX 사외이사(투자금융부문장, 산은캐피탈 대표이사 역임), 인호 STX 감사위원(기획관리본부장, 국제본부장 역임), 최동현 STX엔진 사외이사(검사부 검사역 역임), 김종배 STX팬오션 감사위원(부총재 역임) 등이 최근 잇달아 사표를 제출했다.
이외에도 지난 4월 박임동 STX건설 대표이사, 이희범 STX중공업·건설 회장 등 최고경영진이 현 사태의 책임을 지고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특히 STX조선해양에 대한 채권단의 경영실사가 마무리되고,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한 밑그림이 그려지던 이달에만 4명의 사외이사들이 사임했다. 그룹 안팎에서는 이들 퇴임의 배경을 놓고 갖가지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대다수는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의 전조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 지난 4월 STX조선해양이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전달한 자구안에는 STX대련, STX유럽(프랑스·핀란드) 등 해외자산 매각과 함께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안이 포함된 것으로 <뉴스토마토> 취재결과 확인된 바 있다.
당시 자구안에는 팀장급 이상 관리직의 최대 절반을 넘는 구조조정 계획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선박 건조를 위해 현장 인력의 피해는 최소화하는 한편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그룹 간부들에 대해선 경영책임을 물어 구조조정의 칼날을 들이대겠다는 방침이었다.
이에 따라 오는 9월로 예정돼 있는 임시주주총회에서도 무상감자 등의 채무구조 개선을 위한 사안과 함께 사외이사의 수를 줄이거나 보수를 줄이는 안이 상정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유력하다.
한편 산업은행 출신 사외이사들의 줄사임은 아직 STX그룹 주요 계열사에 남아있는 사외이사들의 거취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동시에 전체 간부들의 거취 결정을 압박할 수단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채권단을 이끌고 경영 정상화에 매진해야 하는 산업은행으로서는 고액연봉을 받으며 경영진 위치에 포진한 이들의 존재가 부담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이 자사 출신 사외이사들에게 사임을 요구했을 것이란 설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주력 계열사인 STX조선해양이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체결하는 등 경영정상화를 위한 수순밟기에 안착한 이유를 들어 이들의 존재 의미가 퇴색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필요에 의해 영입되고, 또 필요에 의해 내쳐지는 현실의 냉정함이 이들을 궁지로 내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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