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주거침입강제추행죄를 주거침입강간죄와 동일하게 처벌하도록 규정한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해당 규정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주거침입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최모씨가 "불법성이 상대적으로 경미한 강제추행을 주거침입을 한 상태에서 했다는 이유만으로 주거침입강간죄와 동일하게 처벌하는 것은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합헌결정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결정은 헌법재판관 9명 중 합헌 의견이 4명, 한정위헌이 5명으로 위헌 의견이 더 많았으나 위헌결정을 할 수 있는 위헌 정족수 6명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합헌으로 결정됐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법관은 주거침입강제추행범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할 수는 없지만 정상을 참작할 사유가 있을 경우 작량감경으로 얼마든지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다"며 "주거침입강제추행죄가 지니는 불법의 중대성에 비추어 볼 때 법정형에 벌금을 규정하지 않은 것을 불합리하다고 볼 수도 없어 해당 법률조항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강제추행은 그 범위가 매우 넓기 때문에 강간의 경우에 비해 그 피해가 상대적으로 경미하고 불법의 정도도 낮은 경우가 많지만, 강간보다 무겁게 처벌하거나 적어도 동일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는 경우도 실무상 흔히 있다"며 "강간에 비해 강제추행을 항상 가볍게 처벌하면 오히려 균형에 맞지 않는 처벌 결과를 가져올 염려가 있으므로 해당 법조항이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박한철·김이수·이진성·안창호·강일원 재판관은 "성폭력처벌법은 강간과 강제추행을 구별해 강간을 더 중한 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강간에 못지 않은 강제추행행위는 더 중한 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 사건 해당 규정은 훨씬 경미한 유형의 강제추행행위도 주거에 침입해서 행해진 경우에는 강간과 같은 형에 처하도록 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반한다"며 위헌의견을 냈다.
최씨는 2011년 6월부터 7월까지 총 네차례에 걸쳐 남의 집에 침입해 여성들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최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한 뒤 주거에 침입해 이뤄진 강제추행을 강간과 같이 보고 엄하게 처벌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며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구 성폭력특별법은 남의 주거에 침입해 강간하거나 강제추행한 자에 대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현행 성폭력특별법도 같은 형을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사진=헌법재판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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