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농업소득세가 부활한다. 현행 세법은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의 소득은 비과세하고 있지만, 앞으로 일정금액 이상의 소득에 대해서는 소득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기획재정부는 8일 발표한 '2013년 세법개정안'에서 이같은 내용의 이른바 부농(富農) 소득세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현행 소득세법 제12조와 제19조는 제조업과 어업, 축산업의 소득은 사업소득으로 구분해 소득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농업의 경우에는 작물재배업을 소득세 부과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어업이나 축산업 등과의 과세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왔지만, 농민단체의 반발 때문에 쉽게 과세전환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을 통해 작물재배업도 과세대상에 포함시키고 우선 수입금액 10억원 이상의 고소득 작물재배업에 대해서만 과세한다는 방침이다.
또 농민단체들의 반발을 막기 위해 곡물과 기타 식량작물 재배업은 과세대상이 되는 작물재배업에서 제외해 비과세를 유지하기로 했다.
◇10년만의 농업소득세 부활
작물재배 농가에 소득세를 사실상 비과세 하기 시작한 것은 2005년부터다.
당초 농가소득을 대상으로 하는 세금은 농지세(農地稅)로 해당 논밭에서 나는 각종 재배작물을 팔아 거둬들인 소득을 기반으로 한 소득세 개념이었다.
2001년 농지세의 명칭이 농업소득세로 바뀌면서 시설재배와 수경재배 등의 농업소득세 과세대상에 대해 필요경비로 차감할 수 있는 감가상각이나 손비(損費)개념이 도입됐고, 공제금액을 차감한 과세표준에 3~40%의 5단계 누진세율이 적용됐다.
그러나 대부분 영세한 우리 농가 특성상 농기계 등의 감가상각이나 불규칙한 수확량에 따른 손비인정 등으로 실제 과세대상은 전체 농가의 1% 안팎에 불과했고, 세수입도 30억원이 채 되지 않아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높았다.
결국 정부는 2005년부터 농업소득세 과세를 5년간 유예했고, 2009년에는 제도 자체를 전격 폐지했지만 이번에는 과세형평의 문제가 부각됐다.
축산업 등과의 형평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특히 최근 원예 등 일부 작물재배 농가들의 고부가가치 창출로 비과세에 대한 세원누락 문제가 대두됐다.
과세형평성 제고를 위한 비과세감면 축소를 선언한 박근혜 정부로서는 농업소득세는 짚고 넘어가야할 대상이 된 것이다.
◇농민반발 거셀 듯..국회 통과 가능할까
부농에 대한 소득세 부과는 사실 이명박 정부시절인 2011년에도 추진됐다.
당시 기재부는 조세연구원(現 조세재정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농업소득과 관련한 과세제도와 외국 사례 등을 종합해 고민했지만 농민단체들이 성명서를 내는 등 본격적으로 반발하자 곧바로 꼬리를 내렸다.
이번에도 쉽지만은 않다. 공평과세라는 명분도 있고 10억원 이상 고소득에 대해서만 부과하기로 했지만, 당장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정부안을 쉽게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김낙회 기재부 세제실장은 "고소득 농민에 대한 과세는 과세사각지대를 과세권으로 끌어들인다는 게 의미가 크다"면서 "실제로 10억원 이상 수입을 올린 농민이 그리 많지 않다. 몇백명에 불과하다"고 국회를 적극 설득할 것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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