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뉴스토마토 이한승기자] 기상 이변으로 에어컨 및 난방기 사용이 늘어나며 전력난 또한 가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미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이제는 지형적 한계가 있는 육상 신재생에너지보다는 해양 신재생에너지가 새로운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해양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연구의 중심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제주글로벌연구센터(JGRC)가 있다.
JGRC는 ▲해양 염분차발전 ▲해상풍력발전 ▲해수담수화 기술 등 3가지 해상 신재생에너지에 집중하고 있다.
◇제주글로벌연구센터(JGRC).(사진=이한승기자)
◇'품질 좋은 바람' 부는 해상이 육상보다 유리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에 위치한 JGRC. 그 앞바다에는 거대한 해상풍력발전기 2기가 설치돼 있다.
전세계적으로 바람이 잘 부는 곳에 설치된 육상풍력발전기는 이미 포화된 상황이다. 이에 JGRC는 육상이 아닌 해상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상풍력발전기는 해안가에서 30㎞ 정도 떨어진 곳에 설치하게 되는데 건물 등 장애물이 있는 육상보다 바람이 세고 균일해 발전에 용이한데다 소음 등 민원 발생 걱정도 없다는 장점이 있다.
JGRC 앞바다의 해상풍력발전기 2기는 모두 철구조물이 해저에 박혀 고정된 자켓식 해상풍력발전기다. 현재 JGRC는 발전기를 바다에 띄워 발전하는 부유식 해상풍력발전기 개발을 연구하는 중이다.
부유식 해상풍력발전기는 발전기를 물에 띄우고 계류라인으로 불리는 선을 해저면에 고정해 구조물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형태다.
아무래도 바닥에 고정된 형태가 아니다 보니 자세를 제어하면서 발전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해 이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해상풍력발전 단지는 수심 30m 이내인 곳에 조성할 수 있는데 제주도는 수심이 15m 정도인 곳이라 가능하다. 반면 풍력발전하는데 좋은 바람을 제공하는 동해안의 경우 갑자기 수심이 깊어지는 곳이 많아 자켓식보다는 부유식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장문석 JGRC 풍력연구실장은 "부유식은 세계적으로도 성숙 단계에 와 있지는 않아 우리가 먼저 선점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부유식 발전을 하기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국내에 로봇공학 등 자세제어에 관심 있는 전문가가 많아 협동연구 등을 통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제주글로벌연구센터 앞바다에 위치한 해상풍력발전기 2기. 노란 철제자켓으로 해저에 고정돼 있다.(사진=이한승기자)
◇해수·담수 염분 차이로도 발전? "저장하면 전력난 해결책될 것"
해수와 담수의 염분 차이를 이용한 발전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염분차발전이라고 불리는 이 방식은 해수와 담수를 모두 구할 수 있는 곳에서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 적합하다는 것이 JGRC의 설명이다.
염분차발전 기술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압력지연삼투(PRO) 발전과 역전기투석(RED) 발전이 가장 큰 기술적 성장을 보이고 있다.
PRO 발전은 멤브레인이라는 반투과성 분리막을 사이에 두고 두 용액의 농도 차로 삼투압이 발생되는데 이를 통해 높아진 해수의 압력과 체적 유량으로 터빈을 돌리고 발전하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RED 발전은 전기를 이용해 용액 상의 이온을 제거하는 전기투석의 원리를 역으로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양이온교환막과 음이온교환막이 병렬로 배치된 구조를 통해 해수와 담수를 통과시키면 양이온교환막으로 해수의 나트륨이온(Na+)이 통과하고 음이온교환막으로 염소이온(Cl-)이 통과하게 된다. 이때 각 이온교환막 사이에 전압이 생기고 이를 통해 이온의 흐름이 생성됨에 따라 전자의 흐름이 형성돼 전기가 발생한다.
JGRC는 염분차발전을 저장하는 개념으로 이용하게 될 경우 전력난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현경 선임연구원은 "올 여름에도 심각한 전력난에 빠졌는데 밤 12시 전력예비율은 20%에 가까운 수준"이라며 "피크타임에 발전해 사용한 후 남은 전력으로 밤에 해수와 담수를 분리하면 낮에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돼 분리하는 것 자체가 에너지 저장체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주변에 강이 있어야 하고 물 가둘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양수발전은 입지 선정에 어려움이 있고 환경파괴 문제도 있지만 염분차발전은 궁극적으로 물탱크만 있으면 돼 입지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없고 물을 밖으로 흘려보낼 필요가 없어 환경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압력지연삼투(PRO) 발전의 공정도(위)와 역전기투석(RED) 발전의 원리.(자료제공=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바닷물을 마시는 물로..물 부족 해결"
물 부족 해결을 위해 해수담수화 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지구 표면적의 70%를 차지하는 해수를 마실 수 있는 물로 만들어 부족한 물을 보충하겠다는 얘기다.
이미 해수를 증발시키고 그때 발생하는 증기를 냉각시켜 담수를 만드는 증발법과 삼투압을 이용해 해수의 나트륨이온과 염소이온을 걸러 담수를 만들어내는 막분리법이 널리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소비에너지가 많은 증발법과 막분리법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해수담수화 원천기술에 대한 필요가 높아지고 있다.
JGRC는 비표면적이 넓은 다공성 전극 사이에 이온을 지닌 용액을 통과시키고 이 때 양극과 음극 사이에 발생하는 전위차에 의해 이온이 제거되는 기술인 축전식탈염(CDi)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흐름전극 기반 축전식탈염'(FCDi) 방식에서 향후 염분차발전의 희망을 보고 있었다.
CDi의 경우 내부의 전력을 전달하는 집전체 위에 배치된 고정전극의 흡착 용량이 제한돼 있고 고정전극 재생을 위한 탈착 공정이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어 고농도의 해수탈염이 불가능했다.
반면 JGRC가 주목하고 있는 FCDi는 이온 흡착·탈착이 가능한 다공성 전극물질과 적정 전해질이 혼합돼 슬러리 상태로 전극면을 연속적으로 흘러가 CDi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고정전극을 사용하던 CDi와 달리 흐름전극을 이용해 연속적인 이온 흡착 공정이 가능하고 흐름전극을 저장하는 용기만 크게 제작하면 대용량화도 쉽게 구현할 수 있기 때문.
FCDi를 이용하면 해수농도 염수의 95% 탈염이 가능해 먹는 물이나 초순수물도 제조할 수 있다.
김동국 책임연구원은 "FCDi의 경우 아직 개념을 도출하는 단계로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기술을 통해 미래 물과 에너지 부족에 대비할 수 있고 우리나라가 향후 세계 해수담수화 시장을 선점하는데 상당한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기대했다.
◇제주글로벌연구센터 내의 해수담수 실증 연구 시스템.(사진=이한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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