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은기자] 세계적인 부국인 카타르가 2020년 월드컵 개최를 위해 현대판 ‘노예계약’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25일(현지시간) 가디언지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수십 명의 네팔인 노동자들이 최근 몇 주 간 카타르에서 목숨을 잃었고 수천 명은 여전히 노동 착취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루사일 신도시 공사현장(출처=parsons.com)
도하 주재 네팔 대사관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4일부터 8월8일 사이 적어도 44명의 네팔인 노동자가 심장마비나 근로 현장에서 일어난 사고로 사망했다.
하루 평균 1명의 네팔인 노동자들이 사망한 셈이다.
사망한 노동자들은 50도가 넘는 온도에서 물 한 잔 마시지 못하고 12시간을 일하는 혹독한 노동환경을 견뎌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고용주들은 이 같은 악조건을 견디지 못한 노동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수개월 치 임금을 체불하거나 여권을 압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네팔인 노동자는 “네팔에서의 한달 임금은 1200리얄(카타르 통화 단위,1리얄=0.27달러)로 식대 300리얄도 포함돼 있었다”며 “카타르에서는 한달 900리얄밖에 받지 못하며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타르는 노동인구의 90% 이상이 외국인일 정도로 외국인 노동자 비율이 높으며 이 중 네팔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한다.
앞으로도 카타르는 루사일 신도시(Lusail City), 카타르-바레인 연육교 등 월드컵 기반시설을 갖추기 위해 총 1000억달러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며 여기에 소요되는 150만명의 외국인 노동자도 추가로 고용할 계획이다.
카타르 노동청 관계자는 “고용주들이 임금을 제 때 지급하고 노동 규약을 준수하도록 하는 등 이미 엄격한 규칙을 적용하고 있다”며 “만일 이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고용주가 있다면 법적으로 엄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디언지 등 주요 외신은 "2020 월드컵 개최를 위해 얼마나 더 많은 노동자들의 땀과 고난이 요구될 지 의문"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카타르의 2011년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9만7967달러로 룩셈부르크에 이어 세계 2위 규모다.
반면 네팔의 1인당 GDP는 642달러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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