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음악과 수학의 관계는 마치 픽셀과 이미지의 관계와 같습니다. 픽셀이 모여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지만 그 이미지는 픽셀과 이미 다른 수준에서 다른 메시지를 전달하게 돼죠."(진은숙)
"과학적인 비유를 사용하자면 음은 음악의 물질입자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런 유사성을 생각할수록 음이 모여 음악작품이 되는 창작과정이 얼마나 신비로운 지 느낄 수 있어요."(김민형)
음악가와 수학자가 모여 현대음악과 수학의 상관관계를 탐험하는 독특한 무대가 마련됐다. 지난 5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열린 '제3회 K.A.O.S - 음과 수의 판타지'가 그 주인공이다.
(사진제공=인터파크)
인터파크가 주최하고 '2014년 세계수학자대회(ICM) 조직위원회'가 후원하는 'K.A.O.S'는 '융합과 소통'을 주제로 자연과학의 발전과 대중화를 위해 세계적인 석학과 함께 진행하는 토크 콘서트로, '무대 위에서 지식이 깨어나다(Knowledge Awake On Stage)'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수학과 경제학(1회), 수학과 물리학(2회)에 이어 제3회 K.A.O.S에서는 수학과 음악의 만남이 주선됐다. 이질적인 두 분야의 만남이라 그런지 관객들의 관심도가 높았다. 이날 강연회는 학생과 학부모 등 1000여 명의 관객들로 붐비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루시드 폴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강연회에서 먼저 음악의 수학적 이해를 돕기 위해 박형주 포항공과대학교 수학과 교수가 나서서 피타고라스의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협화음과 불협화음의 규칙이 발전하게 된 과정을 소개했다.
'음과 수의 판타지'라는 부제가 붙은 이번 강연회의 주요 프로그램은 진은숙 서울시교향악단 상임작곡가의 강연이었다. 난해하게 보이기 십상인 현대음악에 대해 진은숙 작곡가는 쇤베르크의 12음 기법, 바르토크의 황금비율의 법칙 등의 예를 들며 위계질서를 무너뜨리고자 하는 '혁신'과 아름다운 구조를 위한 '규칙'을 목표로 하는 현대음악가들의 다양한 도전 양상에 대해 소개했다.
아울러 진 작곡가는 여러 가지 작곡기법과 관련해 "도그마처럼 사용하면 안 되고 인간의 생물학적 본성을 거스르는 음악은 실패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마무리 강연자로 나선 김민형 옥스퍼드대 수학과 교수는 '음악과 같은 자생적인 복잡계의 기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김 교수는 "답을 낼 수 없는 문제"라면서도 진은숙의 대표작인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예로 들며 "영감, 창작, 통찰력이 우주만물의 궁극적인 본질을 추구하는 데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유머와 동화 속에 숨겨진 비밀들이 때로는 더 깊은 이해의 열쇠를 제공한다"고 언급했다.
음악과 수학의 자연스런 앙상블을 위해 이날 강연회 도중에는 3D 맵핑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영상자료가 거대한 스크린에 투사됐다. 덕분에 현대음악과 수학이라는 다소 어려운 테마를 다뤘음에도 불구하고 강연자와 관객이 무리 없이 소통하는 모습이었다.
이공계 발전과 대중화를 위한 인터파크의 수학콘서트 K.A.O.S는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1회씩 연 2회 열린다. 지난해 11월에는 '유리알 유희'라는 주제로 201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게일-섀플리 알고리즘'을 수학적으로 풀어냈으며, 올해 5월에는 꿈의 신소재인 그래핀 분야의 세계적 석학 김필립 교수가 강연을 진행한 바 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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