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얼마전 부동산 관계자들과의 저녁 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중 현직 공인중개사로 활동중인 한 분의 말이 기억에 남는데요.
"새정부 들어 매매가 살아나고 있어요. 전세를 못구하는 신혼부부나 기존 세입자들이 매매로 돌아서기도 하고, 매수타이밍을 살피던 투자자들도 하나 둘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어요. 아직 회복 정도지만 작년보다는 확실히 거래 환경이 좋아진거 같아요. 그런데 지금 이런 상황을 누가 제일 반길까요? 새누리당이 아닐까요? 집없는 사람이 수억원을 들여 집을 샀는데 그 집이 떨어지길 원할까요? 집을 가지는 순간 많은 사람이 보수로 돌아설거에요."
저녁 자리 반주를 한잔 걸치고 우스갯소리로 한 말이였지만 그렇게 가볍게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얼마전 결혼을 하면서 집을 산 친구가 생각났습니다. 우리나라 정치에 노골적으로 거부감을 드러내고, 부동산으로 돈버는 시대는 끝났다는 생각을 가진, 딱히 부동산에 관심도 없는 친구였는데요.
이 친구는 결혼을 앞두고 전셋집을 찾았지만 마음에 드는 집을 구하는데 실패했습니다. 장고 끝에 매수를 결정했고 집을 찾는 과정에서 만난 이 친구는 변해있었습니다.
"어디다 집을 사면 오를까. 집값은 바닥인거냐. 앞으로 집값은 오를 것으로 보이느냐. 이 정도 가격이면 싸게 사는거냐."
집 사기를 결정하는 순간부터 누구보다 적극적인 부동산 투자자로 변한겁니다.
그런데 집을 사고 난 후 이 친구가 하는 말이 더 놀라웠습니다.
"집값은 올라줘야 한다. 양도세 중과세가 폐지돼야 시장이 살아나지 않겠는가. 왜 취득세율 감면안은 아직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것이냐.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서도 거래활성화는 필요하다. 야권에서 반대하는 것은 서민을 위한 것이 아니다."
부동산이 끝났다고 말하던 친구가 부동산 투자자가 된 것도 놀라웠는데, 이제는 여·야를 가르며 정치에도 관심을 두고 있었습니다.
너무 극단적인 변화라고 생각 드시죠? 하지만 현실에 그렇지 않습니다.
정부의 8.28전월세대책 발표 이후 거래량은 분명 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9월 전국에서는 5만6733건의 주택거래가 있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만6927건, 42.5%가 늘었습니다.
10월에도 거래량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6일 현재 서울에서는 3382건의 거래가 신고됐습니다. 지난해 10월 거래된 4519건에 75% 수준입니다. 현재의 추세라면 다음 주 중 전년 거래량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데요.
집을 하나 더 구입할 사람도 있을 것이고, 하우스푸어 생활에 지쳐 집을 판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세입자에서 집주인으로 위치가 변한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현재 실수요자 중심 시장이란 점을 감안하며 주택 소유주로 이동한 사례가 상당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거주를 동반하는 실수요자라고 해도 집값이 떨어지기를 원하는 집주인은 없을 것입니다. 사용에 따른 감가상각으로 가격이 떨어지는 곳이 마땅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집만은 예외입니다. 벽에 못구멍이 하나둘 늘어나며 해가 지날수록 노후화되지만 집값만은 올라야 정상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입니다.
때문에 지금의 매매거래 증가가 정치권 지지세력 변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말이 단순히 농담으로만 들리지는 않았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50대 표심이 왜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는지를 생각해보면 더욱 그럽니다.
현재 부동산시장의 향방의 키는 국회가 쥐고 있습니다. 취득세율 영구인하, 양도세 중과세 폐지, 분양가상한제 탄력적용 등이 야권의 반대로 오랫동안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조속히 적용될 필요가 있다고 하는 정책들인데요.
여·야는 이 정책들을 사이에 두고 대립을 하고 있습니다. 내수 진작의 일환으로 주택시장을 살려야 한다는 여당과 건전한 주택시장 조성을 위해 집값 부양은 막아야 한다는 야권.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 각 정당의 부동산정책을 지지하며 갑론을박을 벌이는 모습은 쉽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인터넷 댓글만 봐도 격렬한 공방전이 펼져지죠.
이번 달에는 재보궐선거가 있습니다. 내년에는 지방선거가 있습니다. 지금의 거래증가세가 실제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해집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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