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준호기자]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이하 게임중독법) 논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게임을 중독물질이 맞느냐는 의학적인 근거를 따지던 초기 논쟁을 지나, 찬성 측과 반대 측 모두 우호적인 여론 형성을 위한 움직임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법안찬성 측, 우호적인 여론 확인
우선 게임이용자 등 네티즌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던 정부·여당은 우호적인 여론 조사 결과에 법안통과를 위한 기본적인 ‘명분’을 확보했다.
지난 19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는 게임중독법 논쟁과 관련한 여론조사를 실시해, 응답자의 72%가 인터넷 게임도 도박, 알코올, 마약처럼 ‘중독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더불어 ‘인터넷 게임을 중독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에 포함하는 것을 찬성하느냐'에 대해서는 찬성 (47.8%)이 반대(31.9%) 보다 높았다.
(사진=리얼미터)
전문가 입장에서 이번 법안 마련에 참여했던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인터넷에서의 비난 여론과는 다른 현장에서 느껴지는 중독관리 필요성이 실질적으로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13, 14조에서 중독폐해를 예방하기 위해 국가가 중독물질의 생산·판매·유통을 관리하고 광고판촉을 제한할 수 있다는 부분도 입법과정에서 수정될 수 있다는 입장도 설명했다.
이번 법안이 산업규제법이 아닌 중독환자 치료를 위한 기본법이라는 점이 더욱 더 부각될 경우, 향후 여론흐름에서도 더욱 유리한 입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해국 교수는 “이번 법안이 치료를 위한 법률이지만 13, 14조가 규제법이란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면 법제정 과정에서 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또 오해의 소지가 많은 ‘인터넷게임 등 미디어콘텐츠’라고 법안에서 표현한 부분도 시행령 등으로 어떤 콘텐츠를 지칭하는지 명확하게 밝힐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법안반대 측 "문화콘텐츠의 위기"
반면 게임업계는 문화연대 등 문화콘텐츠분야의 ‘우군’들의 지원을 받아, 이번 중독법 논쟁이 게임만의 문제가 아닌 문화콘텐츠 전 분야에 걸친 '위기'로 반론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학부모 계층 등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강한 상황에서, K-IDEA(구 게임산업협회)가 게임을 중독물질로 규정했다는 업계종사자와 게임이용자들의 공분(公憤)만으로 법안에 반대 분위기로 국민 여론을 움직이기는 쉽지 않다.
이때문에 문화연대를 주축으로 오는 21일 발족할 예정인 ‘게임 및 문화콘텐츠 규제 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도 당장은 게임중독법에 대한 반대 운동을 시작하지만 영화, 만화, 음악 등 전분야에 걸친 국가의 규제를 비판하는 활동을 공동으로 진행해 우호적인 여론 형성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K-IDEA에 따르면 게임분야의 문제에 이처럼 다양한 문화예술단체들이 지지를 보내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동대책위원회를 주도적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문화연대' 홈페이지 캡처 화면
최준영 공동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게임중독법의 내용을 장기적으로 살펴보면 문화콘텐츠 분야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다른 문화예술분야도 함께 모여 대책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이번 공동대책위원회를 문화연대가 주도적으로 추진하게 됐다”고 공대위 발족 배경을 설명했다.
최 사무국장은 “게임중독법이 반대가 최우선 목표지만, 이번을 계기로 영화·만화·음악 등에 대한 규제도 정당한 사회적 근거가 있는지 전체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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