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이른바 '내란음모' 사건에서 검찰 측이 '혁명조직'(RO)의 실체 등을 입증하기 위해 법원에 제출한 증거에 대해 담당 재판부가 증거채택 보류결정을 잇따라 내리고 있다.
수원지법 형사합의12부(재판장 김정운)는 9일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 7명의 내란음모 사건 공판에서 박모 국정원 수사관이 작성하고, 검찰이 제출한 수사보고서의 증거 채택 결정을 다음 공판으로 미뤘다.
박 수사관은 지난 8월28일 한동근 수원시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의 사무실에서 외장하드 1점을 분석해 이를 바탕으로 수사보고서를 작성한 인물로, 이날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당시 이 외장하드에서 복구한 파일에는 데이터를 암호화해서 보호하는 '트루크립트'(TrueCrypt) 프로그램이 설치돼 있어서 이를 '복호화'하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복구한 텍스트 파일 문건을 복호화해 '세기와 더불어'라는 북한 원전의 일부인 '이상촌을 혁명촌으로'라는 내용이 이 파일에 담긴 것을 확인했다.
국정원은 복호화 과정에서 한 이사장과 그의 변호인에게 입회의 기회를 주지 않았고, 이를 영상으로 촬영해 보존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박 수사관은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변호인 측은 복호화 과정을 압수수색의 연장으로 보고 변호인과 피고인 측의 입회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언급하며, "검찰이 제출한 복호화 결과 출력물은 증거 능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의 경우 문서 대부분이 암호화 돼 있었고, 복호화 작업에 시간이 상당히 소요돼 변호인 등의 입회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에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 가운데 복호화 과정과 관련한 부분에 대한 증거채택을 보류하는 결정을 내렸다.
앞선 두 차례 공판에서도 재판부는 검찰 측이 제출한 국정원 작성 수사보고서를 증거로 채택하는 결정을 보류한 바 있다.
재판부는 지난 3일 13차 공판에서 검찰이 증거로 제출된 '폭발물 실험'과 관련한 국정원 수사보고서에 대해 전문성이 결여돼 있다는 이유 등으로 증거채택을 보류했다.
지난 5일 열린 14차 공판에서도 국정원 직원이 작성하고,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송전탑 실험조사서 등도 전문가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증거채택이 보류됐다.
◇수원지법(뉴스토마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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