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곽보연·조아름기자] 여야 의원들의 신경전으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법안심사소위(법안소위)가 결국 파행을 빚었다.
미방위는 23일 오전 10시부터 국회 미방위 소회의실에서 법안소위를 열고 125건에 달하는 법안을 심사 및 의결하고, 이날 심사를 마친 안건들에 대해서는 오는 24일 미방위 전체회의를 열어 최종 확정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공영방송 낙하산 사장 방지법'과 '해직언론인 특별법' 상정 문제를 놓고 여야 의원들이 신경전을 벌이면서 법안소위는 결국 파행됐다. 현재 민주당 의원들은 법안소위에서 전원 퇴장한 상태다.
유승희(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미방위 소속 의원들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대통령의 공약인 '공영방송 낙하산 사장 방지법 처리'에 즉각 나서라"며 "야당의 의사는 100% 묵살한 채 일당독재방식으로 있는 법안심의는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야당 의원들은 "지난 20일 새누리당은 여야합의사항이행과 여당의 입장표명 요구에 대해서는 무시로 일관하면서 사전합의조차 없이 일방적으로 회의 속개 시간을 정하여 단독 법안심의를 진행한 바 있다"며 "오늘(23일)은 급기야 합의조차 하지 않은 법안심의 일정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면서 일당독재식 법안심의를 일사천리 진행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법안소위 파행으로 인해 업계의 관심을 모았던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안(단통법)'과 '유료방송 독과점 방지법안' 및 'IPTV법 개정안' 등은 테이블에도 오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
단통법을 대표 발의한 조해진(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는 "민주당 의원들이 법안소위 보이콧을 하면서 현재 새누리당 의원 5명만이 법안 심사를 하고 있다"며 "법안소위 참석자 중 6명 이상의 동의해야 의결할 수 있기 때문에 단통법은 연내 처리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단통법은 휴대전화 제조사가 단말기 판매량과 판매장려금 규모, 매출액, 출고가 등 4가지 자료를 정부에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휴대폰에 실리는 보조금을 투명하게 지급해 소비자 차별을 막자는 취지하에 제정됐다.
하지만 제조사들이 미래부가 원하는 자료가 혹시라도 외부로 유출됐을 시 경쟁사에 영업비밀이 새어들어가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반발해 상당 기간 해당 법안은 답보상태에 머물렀다.
지난 19일 기획재정부와 미래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유관 부처들이 단통법의 제조사 자료제출 조항과 보조금 상한제 두 조항을 '3년 일몰제'로 운영하기로 합의를 하면서 절충점을 찾은 듯 했다.
(사진=뉴스토마토DB)
하지만 이날 법안소위가 파행되면서 현재 새누리당 의원들만 오후 3시 현재 30여개의 법안을 심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통법은 36번, 방송법 일부개정안은 63번, IPTV법 개정안은 92번 안건으로 오른 상태다.
이에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규제 개선 법안도 연내 처리는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상정돼 있는 관련 법안은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과 전병헌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방송법과 인터넷TV(IPTV)특별법 개정안이다.
두 법안은 케이블TV, IP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사업자별로 각기 다르게 적용되고 있는 점유율 규제를 동일하게 맞추는 것이 골자다. IPTV법 개정안은 여기에 더해 IPTV 사업자의 특수 관계자 범위에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을 포함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유료방송시장에 대한 점유율 규제 일원화는 국회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에서 이미 여야가 합의를 이룬 사안이지만 범안 심의가 파행으로 치달으면서 뒷전으로 밀려났다. 일각에서는 KT가 강하게 반발하거 있는 점도 국회 처리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홍문종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 심사가 계속 파행된다면 연내 처리는 사실상 어렵다"며 "이날까지는 꼭 심사를 진행해 달라고 여기저기 부탁을 드렸는데 이렇게 돼 씁쓸하다"고 말했다.
다만 미래부와 방통위가 '동일 서비스-동일 규제'라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는 데다 공정거래위원회도 '경쟁제한적 규제 개선방안'을 통해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규제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길은 아직 열려있는 상태다. 미래부는 방송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가 무산될 경우 SO 점유율 규제 완화를 담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이미 점유율 규제를 일원화 해야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는 상황"이라며 "의원 발의 법안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미래부 쪽의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에 정부 주도의 법률 개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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