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김민성기자] 은행의 문턱을 낮춰 저신용자에게도 금융거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정부 정책에 금융권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일부 은행은 취지를 공감하면서도 대규모 연체로 후폭풍이 있지 않을까 '속앓이' 하는 모습을 감추지 못하기도 했다.
지난 6일 금융감독원은 금융권별 저신용자 전용 신용평가모형 개선 추진현황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6월 신한, 하나, 국민은행 등 8개를 대상으로 저신용자 신용평가 모형 개선을 지도해 이 가운데 SC은행을 제외한 7곳이 추진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저신용자 등급 세분화..상환능력 검증없이 대출만 확대?
신한, 하나, 국민, 농협은행은 은행 자체적으로 저신용자의 특수성을 반영한 전용모형을 만들었고 외환, 광주, 경남은행은 외부 신용평가사의 평가등급을 추가로 활용해 저신용자 등급을 세분화 했다. 한국씨티은행, 대구은행, 부산은행 등은 모형개발을 위한 데이터 축적으로 이유로 올 상반기 내 개발을 목표로 추진중에 있다.
금융당국이 이같은 정책을 심도있게 추진하는 이유는 서민금융 지원상품 운용 뿐 아니라 은행 본연의 대출 심사시스템 통한 여신 확대가 바람직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저신용자 평가모형 개선시 예상 등급 분포도 (자료=금융감독원)
하지만 금융권과 전문가 사이에서는 서민금융 확대를 목표로 한 당국의 정책 드라이브에 우려섞인 목소리도 감지되고 있다.
한 금융권 전문가는 당국이 발표한 은행권 평가모형 개선 효과에 대해서 일침을 가했다. 그는 "저신용자 신용등급이 평균 7.8등급에서 6.8등급으로 상향조정 됐다지만 대출접근성만 올랐을 뿐 상환능력이 오른 건 아니지 않느냐"고 꼬집했다.
저신용자에게 명목상 은행 문턱은 낮아졌지만 상환능력에 따라 신용등급이 상승된 게 아니라는데 의문은 품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회사채 시장에서도 신용등급 인플레가 만연해 문제가 생기는 상황에서 개인 신용평가에도 '불똥'이 튀지 않을까 하는 염려섞인 모습이 역력했다.
금감원은 모형 내에 평가항목간 비중을 조정하는 방향으로 지도했다. 저신용자에게 불리한 항목의 평가비중은 소폭 낮추고 대출취급건수 등 유리한 항목의 평가는 비중을 높였다.
금감원도 이같은 지적에 공감하는 모습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환능력과는 무관하게 평가모형이 조정된 것은 맞다"면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같은 링에 올려놓고 싸울 수 없듯이 저신용자에게도 등급 세분화(Grouping)를 통해 대출 접근성을 높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중은행 한 고객은 "저신용자 중 상위그룹이 대출 받을 수 있게 되면 (상위그룹) 바로 밑에 있는 그룹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또다른 불만을 제기할지도 모른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일부 고객들도 금융당국의 좋은(?) 취지의 정책에 대해서 부분적인 의구심을 품고 있다.
◇시중은행, 대출연체율 관리, 상품개발 골머리
일부 시중은행은 금감원의 경영지도에 깔린 근본적인 취지는 공감하면서도 대출 연체율 관리와 상품개발에 애를 먹고있는 모습이다.
A은행 관계자는 "신용평가모형을 손을 봐도 새희망홀씨 대출 대상자와 상품 내용이 겹쳐 상품 개발에 적극 나서기가 쉽지 않다"며 "새희망홀씨 등 기존 수요를 충당하기도 자원이 부족해 고민이 깊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B은행 관계자는 "결국 7등급 미만 저신용자들은 사금융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데 이 부분을 1금융권에서 흡수해 달라는 게 개선된 평가모형의 요지 아니냐"며 "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라면 3~4% 달하는 연체율 관리도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의 우려는 기우(杞憂)라며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기대감을 드러내는 곳도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2011년 경 자체적으로 저신용자 대상 신용평가 모형을 개발중이었다"며 "국책은행으로서 당시 사회적 이슈(서민금융 확대)에 부합하는 내부의 판단이 있었다"고 평가모형 개발이유를 설명했다. 기업은행은 금감원 지도 이전에 신용등급이 낮은 고객들의 특성을 일부 반영해 자체적으로 개선한 곳이다.
저신용자 전용 평가모형 개선이 미비된 은행중 한 곳은 "새희망홀씨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에다 자체 평가모형이 있다면 오히려 리스크는 줄어들 것으로 본다"며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외부 CB사 평가등급 추가활용 시 효과 (자료=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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