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뿐인 규제혁파..금융위원장들의 '무한도전'
"규제완화가 힘든 이유는 책임 때문"
"비명시적 규제에 초점 예전과 달라..반복민원도 개선하겠다"
2014-03-17 16:43:05 2014-03-17 16:47:26
[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피부로 느껴지는 금융규제 완화를 위해 비명시적 규제에 대한 정비를 최우선으로 하겠다"(전광우 前 금융위원장, 2008년 대통령 업무보고)
 
"대폭적인 규제 완화를 통해 자본시장에 혁명적 빅뱅을 만들어 보려 한다"(김석동 前 금융위원장, 자본시장통합법 기자간담회)
 
"법령에 명시된 규제뿐만 아니라 금융현장에 숨어있는 규제들을 낱낱이 걸러낼 것"(신제윤 금융위원장, 금융권 CEO 간담회)
 
금융당국이 금융권에 만연해 있는 규제를 솎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규제혁파'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다 매번 성과도 없는 용두사미의 결과를 보여왔기에 업계에서는 으레 그러려니 하는 형국이어서 분위기가 이전과 별다르지 않다.
 
지난 13일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금융지주회장과 금융업계 협회장이 모인 간담회에서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위기상황이라며 "금융규제를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겠다"고 역설했다.
 
금융당국 수장의 규제완화에 대한 강력한 주문에도 금융권 내·외부에서는 경각심보다는 '새로운 주문은 아니다'라는 의견이 일색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지난 13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실천 및 금융권 신뢰회복을 위한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News1
 
금융당국에 따르면 법령 등에 명문화된 규제는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규제는 ▲2009년 726건 ▲2010년 776건 ▲2011년엔 798건이었으며 이달 기준으로는 876건으로 5년새 150건 이상 늘어난 셈이다.
 
공기업·협회 등의 업무방법서나 행정지도 등의 비명시적 규제도 ▲금융공기업 내부규정 581개 ▲모범규준·해설서·가이드라인 81개 ▲행정지도 31개 등 756개에 달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난 이명박 정부 초기 전광우 당시 금융위원장이 업무보고 때 내놨던 규제완화책과 다를 게 하나없다"며 "그때도 드러난 규제 뿐 아니라 숨어있는 규제를 잡아내 즉시 조치하도록 하겠다고 대통령께 보고하지 않았냐"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당시 전 위원장은 "현존하는 모든 금융규제에 대한 존치 필요성을 제로베이스에서 전면 재검토, 존치·완화·폐지 3등급으로 규제를 분류한 뒤 폐지로 분류된 규제는 즉시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비명시적 규제에 대해서는 민간이 주도해 각 규제에 대한 타당성을 전수조사하고 심사와 규제집행기관의 외부 평가도 실시했다. 묘하게도 신 위원장이 간담회에서 밝힌 규제완화의 방향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일각에서는 당국이 규제완화를 말하면서도 규제 일변도로 흐르는 이유는 책임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역대 경제부처 장관이나 금융위원장 중 규제완화를 외치지 않은 사람은 없다"며 "정책 담당자 입장에서 규제완화 후에 생기는 금융사고에 대해서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간 대형 금융사고를 거치면서 감사원에서는 담당 공무원에게 사후책임을 지적하니 금융당국도 규제완화와 강화 사이에서 상당히 속앓이를 하는 상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석에서 "금융규제를 완화하는 여러 정책을 입안하면서도 의도와 다르게 몇년 후 금융사고의 도화선이 되지 않을까 염려하는 부분도 적지 않다"며 "공무원은 기본적으로 법과 규정에 근거해 움직이기 때문에 법을 집행하는 행정 역시 규제일변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금융위 핵심관계자는 신 위원장이 밝힌 규제완화 주문이 5년전 다를 별반 다르게 없다는 지적에 다른 의견도 내놨다. 
 
그는 "기본바탕에서 유사한 점이 있다"면서도 "당시에는 법령 등 명시적 규제 개혁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번엔 비명시적 규제 타파에 포커스가 있어 상이한 점이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는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명시적·비명시적 규제를 모두 점검해볼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반복되는 민원도 살펴보고 다시 한번 수요자 입장에 서서 법령규제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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