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올 시즌 K리그 클래식(1부리그)은 어느 해보다 골키퍼들의 활약이 돋보일 전망이다.
최근들어 골키퍼에 대한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 골키퍼 경쟁이 치열하다. 이들이 출전하는 경기는 매번 눈길을 끌고 있다.
이미 리그 최고로 꼽히는 선수들과 경험 풍부한 베테랑 골키퍼들은 올 시즌에도 높은 기량을 선보이며 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이에 맞서 신예 골키퍼들은 패기를 앞세워 선배들에게 거세게 도전하고 있다.
◇대표팀을 위한 구슬땀, 정성룡·김승규·이범영
◇축구대표팀 골키퍼 3인방. 오는 6월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이들의 수문장 경쟁은 치열하다. (왼쪽부터)정성룡, 이범영, 김승규. ⓒNews1
정성룡(29·수원)에겐 대표팀 주전 자리를 지켜야 하는 중요한 해다. K리그에서의 활약이 절대적인 기준이 될 전망이다.
정성룡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부터 대표팀과 인연을 맺었다. 2011년부터 수원 골문을 지키고 있다. 2012년에는 런던올림픽 동메달에도 이바지했다. 전성기 나이에 있는 골키퍼 중 경험에서는 단연 최고다.
이 때문에 최근 부진에도 불구하고 대표팀 안팎에서는 그에게 꾸준히 기회를 주고 있다. 뛰어난 순발력으로 골문을 지키는 유형은 아니다. 정확한 판단과 안정감이 장점이다. 최인영, 이운재 등 전 대표팀 골키퍼 출신들은 여전히 정성룡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김승규(24·울산)는 거침없이 대표팀 주전 골키퍼를 위해 행진하고 있다. 최근 그는 "작년에는 월드컵에 나갈 꿈도 못 꿨는데 지금은 아니다. 4년 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니 올해 뛰고 싶다"고 강한 의지도 드러냈다.
김승규는 지난해 팀 주전 골키퍼 김영광이 부상으로 주춤하자 기회를 잡았다. 지난해 8월 페루전에서는 대표팀 골키퍼 장갑을 끼고 신들린 선방 쇼를 펼치기도 했다. 대표팀에서 받은 자신감은 고스란히 K리그에서도 이어졌다. 지난해 김승규는 K리그 클래식 베스트 11 골키퍼로 뽑히며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대표팀 3순위인 이범영(25·부산)의 도전도 진행형이다. 그는 올 시즌 3라운드 최우수선수에 꼽혔다.
지난달 23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경기에서 이범영은 페널티킥 2개를 막아내며 무실점 경기를 펼쳤다. 서울 원정에서 12년 동안 승리가 없던 부산은 이범영의 선방에 힘입어 1-0 아슬아슬한 승리를 챙겼다. 선수 특성을 끊임없이 연구한 결과 페널티킥을 막을 수 있었다.
이범영은 경기 직후 "대표팀 주전 골키퍼 자리를 생각하며 묵묵히 노력하고 있다. 기회가 온다면 잘할 수 있다는 확신도 있다"고 자신했다.
◇팀 내 절대적 지지, 신화용·김영광
◇포항스틸러스의 골키퍼 신화용. 2004년부터 포항 골문을 지키고 있는 그는 K리그 최고 수준의 골키퍼로 항상 꼽힌다. (사진제공=포항스틸러스)
신화용(31·포항)은 늘 K리그 최고의 골키퍼로 평가받아왔다. 182cm로서 골키퍼 중 단신에 속하지만 순발력과 빠른 판단력으로 이를 극복하고 있다.
그는 포항동초에서부터 포항제철고교까지 다닌 대표적인 '포항 유소년' 출신이다. 2004년부터 포항의 골문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신화용은 포항에서 역대 팀 내 최다 무실점 경기(63경기)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또 김병지와 함께 5경기 연속 무실점경기를 작성하는 등 포항의 대표적인 스타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 시즌 전북과 FA컵 결승 승부차기에서는 2개의 선방을 해내며 최우수선수에도 올랐다. 올 시즌을 앞두고 포항이 팀 운영에 허리띠를 졸라맸지만 자유계약 신분인 신화용만큼은 놓치지 않았다.
김영광(31·경남)은 올 시즌 경남FC로 임대 이적했다. 1년 동안 잠시 자리를 옮겨 경남의 골문을 지킨다.
이적 배경에는 많은 경기를 뛰고 싶다는 의지가 강력하게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신예 김승규와 주전 경쟁을 하기보다는 안정적으로 운동장을 밟고 싶었다.
경남 이적 후에도 울산은 그의 등번호 1번을 비워뒀다. 그만큼 울산에서도 김영광의 지위는 여전하다.
김영광은 18세, 19세 이하 연령별 대표를 시작으로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 출전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과 2010년 남아공월드컵도 경험했다. 다만 주전은 아니었다.
하지만 리그에서만큼은 최고 수준이다. 이미 시즌 초반 경남과 울산의 경기에서 김영광의 출전을 놓고 두 구단 사이의 실랑이도 있었다. 그만큼 대표팀 출신으로서 기량을 인정받고 있다.
◇베테랑들의 철저한 자기관리, 김병지·최은성
◇전남드래곤즈의 골키퍼 김병지. 그는 지난 시즌까지 605경기에 출장했다. 올해도 김병지는 이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2위인 김기동(501경기·은퇴)과는 100경기 넘게 차이가 난다. (사진제공=전남드래곤즈)
김병지(45·전남)와 최은성(43·전북)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경험으로 후배들의 패기에 맞서고 있다.
김병지는 최근 몇 년간 시즌이 끝날 때마다 은퇴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골문을 지키고 있다. 1대1 상황에서 번뜩이는 순발력은 여전히 최고다.
특히 지난 26일 울산과 경기에서 그는 수차례의 선방으로 팀의 1-0 승리를 도왔다. 풍부한 경험에서 나오는 수비라인 조율과 녹슬지 않은 빠른 순발력이 돋보였다. 전남에 김병지가 필요한 이유를 경기력으로 보여줬다.
최은성은 풍부한 경험을 선수단 전원에 전파하고 있다. 그는 전북과 올 시즌을 앞두고 플레잉코치 계약을 맺었다. 최은성은 전성기와 대등한 활약을 선보이며 여전히 최고의 기량을 갖췄음을 증명했다.
지난해 그는 정규리그 31경기에서 32실점(경기당 1.03골 허용)을 내주며 전북의 뒷문을 든든히 지켰다. 특히 12번의 무실점 경기도 기록하며 아직 은퇴는 이르다는 평가를 끌어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